<‘암덩어리 규제’ 혁파>기존산업 성장 한계 불구… 미래 제조산업 진입장벽 ‘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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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규제로 신시장 진출이 번번이 좌절돼 온 산업계에 최근 모처럼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계획 추진을 위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원유·제철원료·액화가스 등 대량화물의 화주에 대해 해운업 진출의 물꼬를 터준 것이다.

이 덕분에 포스코, 현대제철,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해외에서 원료를 대량 수입하는 화주로 연관 서비스업계 진출을 모색해온 대기업들이 현재 구조조정 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지지부진하던 해운업계 M&A시장에 활력이 생긴 것이다.

그동안 대형 화주들은 해운업 진출의 걸림돌이었던 현행 ‘해운법’의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요청해 왔다. 안정적인 운송경로 확보와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기회가 원천 봉쇄돼온 것이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제조업의 서비스업 진출을 위한 진입장벽 제거가 규제개혁의 화두로 등장했지만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제도와 법령들은 전통적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업역·업종 구분, 대기업의 사업분야 확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에 따라 산업계의 진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발목을 잡고 있다. 특정 산업·업종에 진출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막는 진입규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제조업의 수익성 악화와 고객 욕구의 다양화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며 “이는 제조업의 성장성을 회복하는 한 가지 길”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cizing)란 제조업에서 서비스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이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정보를 교환,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전력망 구축사업은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 중인 에너지관리정책이다.

여기에는 전력 생산자, 공급자는 물론 ICT기업의 사업 진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지능형전력망 구축사업자의 등록 기준은 전기사업자와 한국전력거래소로 한정돼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이나 신규 사업모델 개발에 앞서 있는 민간 전력생산 기업이나 ICT기업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차단돼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기반의 서비스업 진입규제는 ICT를 활용한 신사업 개발 분야에 두드러진다”면서 “향후 제조업의 미래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인자동차, 웨어러블 기기, 사물인터넷 등에도 진입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 축적된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의료기기산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진입장벽에 막혀 애를 먹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 제품을 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제품 안정성 및 유효성 심사)→한국보건의료연구원(신의료기술 평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치료재료가격 산정)의 3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동일 임상자료에 대해 3개 기관의 검토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는데도 출시가 늦어져 시장 진입에 실패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심(맥)박 측정 기능이 탑재된 삼성전자,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만 해도 의료기기 관련 규제 때문에 자칫 출시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