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신뢰다>불완전 판매·과다 수수료·꺾기… 불합리한 관행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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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정 중심 영업평가 추진중
하나-이익·고객 중심 영업 도입
우리-관행 개선… ‘참금융’ 성과
신한-실시간 모니터링 전면 확대
농협-불합리 약관 등 전면 재검토

은행권이 불합리한 금융 관행 ‘대수술’에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도려내야 할 환부는 창구 영업 관행이다.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는 불완전판매, 대출금리 및 수수료 부당 수취, 구속성 예금(꺾기) 등이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불합리한 금융 관행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불합리한 금융 관행 등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행위’를 ‘정상화’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발빠르게 취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금융의 존립 근거가 되는 ‘신뢰’를 갉아먹는 대형 사고들이 연이어 터졌다. 동양그룹이 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2007∼2008년 사기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지난해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1조 원대 피해를 입힌 이른바 ‘동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후순위채 투자 고객들이 피해를 본 ‘저축은행 사태’도 금융권 신뢰를 떨어뜨린 사건으로 손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2011년 2월 이후 영업정지된 21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를 산 피해자는 모두 2만2100여 명, 피해액은 73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비록 타 권역이기는 하지만, 최근 벌어진 두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를 해 고객을 기만했다는 점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상품 장점만 부각하고, 상품 가입시 감수해야 하는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설명을 소홀히 한 것이다.

은행들은 경영성과지표(KPI)부터 뜯어 고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적법하고 윤리적인 영업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영업점 성과평가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영업점 성과평가체계는 ‘고객중심’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영업’ ‘과정 및 코칭(coaching) 중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계량 위주의 ‘결과’ 중심 평가에서 탈피해 ‘고객’과 ‘과정’ 중심의 평가로 대폭 개편한 것이다.

하나은행도 기존의 외형 성장 위주의 영업 대신, 이익과 고객 중심의 영업을 펼치기 위한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총 1000점 만점 중 고객 부문 배점이 140점인 반면, 외형 성장 관련 배점은 70점에 불과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려 가며 무리하게 외형 확장을 하는 영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은행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2년 7월 ‘참금융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불합리한 금융 관행을 대거 손질하고 있다. 신분증 진위 확인 시스템 구축, 콜센터를 통한 대출 상환 프로세스 등이 참금융 실천의 대표적인 결과물들이다.

신한은행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펀드 및 방카슈랑스에 한정해 실시하던 실시간 점검 및 모니터링 업무를 올해 중으로 신탁 및 여신으로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중소기업 대표자 외에 임원이나 관계인들의 예금도 ‘구속성 예금’의 범주에 포함시켜, 꺾기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불합리한 금융 관행을 솎아내기 위해 금융상품 약관, 상품 설명서 등 각종 서류와 고객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 중이다. 이후,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불합리한 점을 대폭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포통장·민원·불완전판매가 없는 ‘365일 3 OUT-DAY’도 개최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잇따른 금융사고로 외형 확장에 치중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고객 신뢰를 전제로 한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사고가 은행권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