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인간관계의 상처를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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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가장 큰 행복도 가장 큰 절망도 사람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제일 힘든 일은 돈이 없는 것도 건강이 악화된 것도 아닌 깨어지고 어긋난 인간관계를 견디는 것이다.

내게 돈이 없으면 안쓰면 되고 내 건강이 악화되었으면 아픔을 스스로 견디며 극복하면 된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르다. 내가 이해하고 용서하기로 작정했어도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을 갖지 못하면 내가 시도하는 모든 노력들이 의미 없어진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인간관계다.

나의 지나온 인생 길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서로 만나는 것이 즐겁고 좋았던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내일을 꿈꾸며 상상 속으로 빠져들 때도 있었고, 긴 여행을 통해 삶을 공유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어느 순간에 달라지기 시작했다. 참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에 있는 뾰족한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는 사람 앓이를 해야 했다.

살갑게 늘 함께 했던 사람들이 멀어져 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없었다. 나를 채우고 있었던 세계가 무너지고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게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지나온 세월 동안 함께 어울리다 특별한 이유없이 떠나간 사람들을 헤아려 보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왜 그들은 그렇게 다가왔고 그렇게 떠나갔을까? 성장하면서 채워지지 않았던 부모님의 사랑을 내게 원했던 것이다. 때로는 자신들보다 어린 나에게 부모역할을 원했다.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주고 전폭적인 지지를 요구했었다. 자신들의 욕구가 채워지는 만큼 다가왔다. 그러나 내 인생이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에 내게 남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내 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그들은 교묘하게 차단하였고 다른 사람들과 친밀감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 곁에 있으면서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었지만 내게 가장 큰 손실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기도 했었다.

지나온 내 인생길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나와 함께 대화하며 길을 걷는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내 무거운 짐을 거들어 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었고,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서 한 손으로는 내 짐을 움켜쥐고 그 사람의 짐을 붙들어 줘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 길을 가며 좋은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도 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내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만난 선물들이었다. 나와 내 가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선물들이라고 마음과 생각을 정리했다. 함께 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기억하고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따뜻한 미소를 선물로 주고 갔다.

이제는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나와 같아 주기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다가오고 스쳐 가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 인생이 그동안 행복할 수 있었다. 나는 최근에 내가 상대방의 행동을 확대해석하고 오해하게 되면서 멀리하게 되었던 한 사람에게 전화했다.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분에게 내가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내 진심을 전할 예정이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행복과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우리는 살아간다. 좋은 것만 주고 살 수는 없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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