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힘을 빼면 삶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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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와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 마음에 안 맞는 상황이 발생하자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아내는 “전화통화를 계속하실 생각이면 목소리에 힘을 빼고 통화를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해 주었다. 순간 멈칫했다. ‘아차!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었구나.’ 미안했다. 어느새 내가 예측했던 상황이 전개되지 않거나 내가 기대했던 말들이 상대방에게서 들려오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요즘 종종 느낀다. 아내와 통화했던 내용은 목소리에 힘을 줄 일도 아니고 그렇게 목소리 높일 일도 아니고 오히려 따뜻한 목소리로 서로를 격려해야 할 일이었다.

남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이나 원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면 흔들리는 반응들을 보인다. 특히 원하는 결과나 기대가 명확할수록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상대방을 다그치거나 우격다짐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수용하거나 수행해 주길 강요할 수 있다. 남자들은 우두머리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가정 안에서도 사랑으로 돌보는 일에 마음을 두기보다는 자신이 권력을 소유한 채 가정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 어디서든지 자신에게 권력이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만만하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언제나 거만하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침식사 때는 자녀들을, 회사에서는 부하직원과 동료들을, 식당에서는 웨이터를, 물건을 팔기 위해 찾아오는 영업사원들을 그리고 택시 운전사를 신나게 모욕하고 짓밟은 후 저녁에 퇴근해서도 기운이 남아돌면 배우자와 자녀들을 괴롭힌다.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불과 일주일 전에는 능력 있고 나무랄 데 없는 현실감각을 지닌 관리자였다. 몇 달 전 새로 고용된 직원이 자신의 자리를 넘보며 치고 올라온다는 생각에 시달렸고, 사실이든 아니든 장래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직장생활 속에서 즐겼던 작은 행복들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자면 그는 자신의 부하직원 중 한 사람이 자신의 경쟁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보아도 극도로 분노와 의심을 느낀다. 부서 직원들을 어느 한쪽 편에 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현실을 비뚤어지게 바라보게 되었고 충동적으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었고, 사람들도 하나둘 자신에게서 멀어져 감을 느껴 괴로워했다.

자신이 힘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힘을 쓰다 보면 힘있는 사람이 아니라 힘든 사람이 된다. 내 뜻대로 누군가를 지배하기 위해 힘을 쓰는 일을 멈춰야 한다. 힘을 줘서 손가락질하던 손을 펴서 옆 사람의 손을 잡고 등을 도닥이며 마음을 나누다보면 나도 행복해지고 내 곁에 있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존경이란 큰 목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존경은 내가 나를 낮추고 내 마음에 사랑과 겸손을 담아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나눠줄 때 내가 나눠준 사랑과 겸손의 빈자리에 채워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사랑과 겸손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힘을 쓴다면 스스로를 힘겨운 인생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내 주장만을 내세우고 싶었던 나의 목소리에 힘을 빼자. 내가 기대하는 대로 척척 움직여 주길 기대했던 내 생각의 힘을 빼자. 내 뜻대로 움켜쥐려고 힘을 주지 말고 힘을 빼고 따뜻한 손을 펴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 주고, 반갑다고 손을 흔들어 주고, 무거운 짐을 들어 힘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무거운 짐을 같이 들어주자. 인생은 이렇게 더불어 평안을 누릴 때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

Leeyuesu@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