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시민단체 시대’>‘제5부’ → ‘그들만의 리그’ 전락

  • 문화일보
  • 입력 2014-03-31 14:05
프린트
국내 시민단체는 한때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최고 순위를 차지하며 입법·사법·행정·언론 등에 이어 ‘제5부’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현재는 회원수 및 영향력 감소, 인재 가뭄 등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1일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한국 사회에서 두터운 신뢰도를 자랑했던 시민단체의 위상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과 2004년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시민단체는 각각 ‘가장 신뢰도가 높은 사회 조직’ 1위에 뽑혔지만 이후 같은 조사에서 2005년 5위, 2006년과 2007년 6위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동아시아연대 등이 정당, 기업 등 24개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신뢰도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물론, 국가정보원 등에도 밀려 각각 17위, 18위에 머물렀다.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는 시민운동 초창기에 받았던 호응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1989년 경실련에 이어 1993년 환경운동연합, 1994년 참여연대 등이 설립되면서 시민단체는 정당 정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시민단체의 영향력과 신뢰도는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당시 최고조에 달해 대상자 86명 가운데 59명(68.6%), 수도권의 경우 20명 가운데 19명을 낙선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념적 양극화 등으로 시민단체가 사회 전체의 공익을 고려하기보다 정파적 편향성에 빠졌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걸출한 스타 활동가도 사라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최열 환경재단대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000년대 초반 시민운동 1세대로 유명했지만 지금 활동가 중에서 이 정도 중량감을 가진 인물을 찾기 힘들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시민단체로 많이 몰렸지만 요즘에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운동권’ 출신 외에는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