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초대석>“육영수 여사 장례식 추모곡 준비 맡아… 박목월 시인에 작사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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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덕 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가 공직생활을 시작한 건 지난 1961년 박 전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던 국가재건최고회의에 공채 1기로 들어가면서부터다.

“국가재건최고회의에 들어가서 2년을 근무한 후 1963년 민정이양 때 문화공보부로 배치됐어요. 그러다 1972년 무용단 공연을 하러 진해벚꽃축제에 갔는데 그 자리에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오셨어요. 박 전 대통령께서 제가 무대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걸 보고 경호관에게 저를 불러오라고 했어요. 제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근무했던 걸 기억한 거죠.”

박 전 대통령은 경호관에게 의자를 가져오라고 해서 이 사장을 육 여사 옆에 앉히고, 한참을 얘기했다고 한다.

“다들 공연은 안 보고 저와 대통령이 얘기하는 모습을 보더라고요. 그해에 제가 무용단을 이끌고 뮌헨올림픽에 공연을 가게 됐는데 육 여사께서 제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가난한 나라로 생각하니 의상과 소품을 최고로 해가지고 가라’고 당부했어요. 그때부터 박 대통령이 저를 총애한다는 소문이 돌았죠(웃음).”

그 후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 때 육 여사가 저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 사장은 장례식 추모곡을 준비하는 일을 맡았다.

“그날 저도 국립극장에 있었어요. 그것도 육 여사를 저격한 문세광 근처에 앉아 있었죠. 영부인이 돌아가시자 장례식에서 부를 추모곡을 준비하는 일이 문공부에 떨어졌고 그 실무를 제가 맡았죠. 당시 문공부에서 진행한 ‘국민개창운동’ 자문위원인 박목월 시인에게 작사를 부탁하고, 작곡은 김동진 당시 경희대 교수가 했어요. 또 노래를 부를 성악가를 찾아야 했는데 김자경 오페라단 단장이 미국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고 막 귀국한 이규도를 소개해줬어요.”

그러고는 박 대통령도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에 맞아 서거했고, 이 사장은 청와대에 차려진 빈소에 가장 먼저 문상을 했다고 한다.

“당시 공연과장으로 있었는데 갑자기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으니 빨리 와서 문상을 하라’고 하더군요. 경호실 관계자가 ‘대통령께서 평소에 좋아했던 사람이니 높은 사람들 오기 전에 미리 문상을 하라’고 했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