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상부 보고 않고 증거 훼손하고… 심각성 모르는 軍

경기 파주 무인항공기(UAV) 추락 이후 요인·국소 테러 위협 등 다양한 도발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군 당국은 ‘북한제’라는 확신을 갖고도 관련 사실을 무려 1주일 이상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의 이 같은 행위는 요인과 청와대 등 주요시설에 대한 테러 위험성을 간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군 통수권자이자 최고통치자인 대통령에 대한 위해행위로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과 국민의 여론이다.

특히 군·경 합심조사단은 초동조사 단계에서부터 ‘대공 혐의점’을 감안하지 않은 채 증거를 함부로 훼손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UAV 조사에 참석했던 민간 전문가는 “UAV의 설계 형태와 이착륙 방식, 문양을 보고 애당초 민간 동호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며 “다수의 전문가들이 외부 형태만 보고도 북한제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무인기 안에 존재했던 파일을 통해 군 당국은 청와대 등 주요 거점이 찍힌 것을 알았지만, 관련 사실은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

민간 전문가들이 UAV를 북한제로 분석한 이유는 크게 ▲위장용 하늘색 무늬 ▲십자형 낙하산을 이용한 착륙방식 ▲발사대 사출형 이륙방법 등이다. 군 당국도 UAV가 파주에 추락한 지난 3월 24일 이후 조기에 북한제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같은 달 3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도 비슷한 종류의 UAV가 발견되자 뒤늦게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파주와 백령도 외에도 그동안 추가로 목격된 UAV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된다. UAV가 청와대 상공을 선회했던 것을 감안하면, 군의 태도는 테러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군·경 합심조사 당국은 UAV를 발견했을 때도 기체에 지문을 남기는 등 증거를 훼손하는 수준 이하의 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조사당국 관계자는 “합심조사 과정에서 총 15개의 식별 가능한 지문이 나왔지만, 이 중 9개가 조사요원들 것이었다”며 “사건 초기 증거 훼손으로 인해 조사에 혼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이는 합심조사단이 대공조사의 원칙인 현장보존을 무시한 채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안이한 상황판단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15개 지문 중 6개는 국내 정보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으로, 북한 등 외국인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