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민족주의 편승 국가총동원 노림수”

일본 문부과학성이 4일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등 역사왜곡 주장이 담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4종을 전부 합격 처리하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하게 추진하는 우경화 보수 이념을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민족주의 정서에 호소해 내부의 힘을 결집시키는 ‘국가 총동원’ 체제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한일역사공동위원회와 같은 제도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한편, 정부·민간 교류는 안정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4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경화는 이제 일본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정착이 됐다”며 “역사문제로 인해 한·일 간 마찰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일본은 나름대로 자기주장을 이참에 다 확립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화섭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아베는 강한 일본을 회복시키겠다는 취지에서 역사와 영토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며 “아베노믹스(아베 총리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가 성공하면 지금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양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역사 왜곡은) 아베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보수이념을 제도화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위해 평화헌법 개정과 같은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우경화는 경제 불황 지속과 진보적 정치세력의 약화 때문에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진 센터장은 “일본은 경제 상황이 나빠서 패배감이 지속돼 왔고 분출구가 없다”며 “사회당은 없어졌고 공산당은 규모가 너무 작아 의미가 없고 공명당도 목소리가 작아서 일본 정치세력 내에 우경화를 저지할 수 없는 양심세력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응전략으로 대사 초치와 같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국제사회의 설득, 한·일 역사공동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기구를 통한 해결이 제시됐다. 송 연구위원은 “안보에서는 한·미·일 대화를 하면서 역사나 영토와 같은 일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일본을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 센터장은 “위안부 문제는 국제 홍보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좋고, 교과서 등 역사인식의 문제는 한·일 역사공동위원회 같은 논의기구를 만들어서 제도적 틀에 넣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기타 정부 당국자 간 교류, 경제·민간교류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