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도 강제징용도 “책임완료”… 궤변으로 정당성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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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각의를 통과한 일본 외교청서(외교백서에 해당)가 올해도 ‘독도는 역사적·법적으로 일본땅’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유지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강제동원 문제를 보다 왜곡하는 기술을 늘렸다.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기존 행태에 대한 반성은커녕 일방적인 궤변과 정당성을 강변하는 내용을 지난해보다 많이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독도 영유권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법적으로 해결됐고 ‘아시아여성기금’ 등을 통한 해결 노력을 해왔다는 기존 입장에서 전혀 달라진 것은 없다. 이달 중순 한·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회담이 열리지만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이 확인된 만큼 양국 간 회담의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에 언급이 없었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의해 완전히 해결됐다”는 표현을 새롭게 넣었다. 이는 올해 상반기에 예상되는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한 한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2014 외교청서’는 독도문제와 관련해 “일·한 간에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문제가 존재하나,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일관돼 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2013년과 같은 내용이다. 박근혜정부 기간중 발표된 외교청서라는 측면에서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항의하는 내용을 담은 부분은 삭제됐다. 지난해 청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독도에 상륙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강하게 항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지난해 청서에는 ‘일본 정부의 진지한 노력’이라는 표현과 함께 한두 줄로 짧게 표현됐던 위안부 문제 관련 기술이 늘어난 게 주목된다.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과 배상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여론이 강해지자 이를 의식해 일본 정부의 ‘항변’을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청서는 “일본으로서는 이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청구권 문제는 법적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이지만,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를 도모한다는 관점에서 국민과 정부가 협력하여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했고 의료·복지 지원사업, ‘위로금’의 지급을 실시함과 동시에 역대 총리로부터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심정’을 전달하는 편지를 송부해왔다”고 주장했다. 청서는 또 일본이 이 문제를 정치문제, 외교문제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담은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 올해 청서는 “한반도 출신의 ‘민간인 강제징용자’를 둘러싼 재판과 관련, 한·일 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의해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의거, 앞으로도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청서는 안보정세와 관련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환경 변화를 들어 “글로벌 시점에서 전략적인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으며 미·일동맹의 중요성은 전례 없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동·남중국해 등에서 기존의 국제법 질서에 맞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에 근거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영유권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75년부터 매년 발행되는 일본 외교청서는 국제정세의 추이와 일본의 외교활동 전망을 담은 보고서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