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핫이슈>勞 “임금감소 우려” vs 使 “인건비 부담 가중”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를 둘러싸고 노사 양측 모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지만 노동계는 임금 하락, 경제계는 생산성 저하와 노사관계 악화 등이 불가피해 고심 중이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현재 법정근로(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주당 68시간의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16시간 줄일 경우 생산량 저하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초과근로는 전환배치가 어렵고 파견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된 국내 현실에서 경기변동에 따른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매출 감소와 납기일 초과, 시설 가동률 하락 등 경영 악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실시한 업계 의견조사에서도 70.1%의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시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특히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를 실시하는 현실에서 인건비 부담 및 인력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근로에 대해 기존 휴일근로 수당(통상임금 50%)에 연장근로 수당(50%)을 더해 중복할증할 경우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임금이 7조5900억 원이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 부담이 3분의 2인 5조69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노동계 역시 실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근로시간 단축 시 휴일근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13.1% 감소해 연간 급여 환산 시 466만 원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협력업체의 경우 연장근로 수당과 야간근로 수당, 휴일근로 수당 등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차 협력업체는 45.8%, 2차 협력업체의 경우 42.9%에 달해 근로시간 단축 시 실질임금 감소를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임금감소 대책 없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노사관계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도 기본급을 올려 현재 임금수준에 맞춰 달라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임금을 올려주고 추가 고용까지 한다면 회사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임금 삭감을 동반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커 제도 시행 시 점차 나아지고 있던 노사관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