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참사-국가재난통신망 ‘먹통’>통신이원화로 ‘골든타임’ 놓쳤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는 각종 통신이 무더기로 문제를 일으켰다. 세월호는 가까운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진도연안VTS)가 아닌 80㎞ 떨어진 제주VTS에 첫 조난신고를 하는 등 처음부터 통신의 번지수를 잘못 찾았고, 조난통신도 하지 않아 결국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 55분 초단파무선통신(VHF) 12번 채널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제주VTS)에 처음으로 조난신고를 했다.

세월호는 변침 이후 약 7분이 지난 후 제주VTS와 첫 교신을 통해 “해경에 연락해 달라. 위험하다. 배가 많이 넘어가서 움직일 수 없다. 빨리 와 달라”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미 최초 신고 시간대에 여객선이 왼쪽으로 심각하게 기운 상태였다.

이에 제주VTS센터는 “해경에 연락하겠다”며 56분 해경 122에 유선 신고했다. 세월호가 제주VTS에 구조요청을 한 것은 인천항에서 출항할 당시부터 목적지인 제주VTS의 12번 채널에 맞춰 놓고 무선교신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세월호는 사고가 났는데도 진도연안VTS에 조난신호도 하지 않았고 비상채널도 사용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해양경찰청의 연락을 받은 진도연안VTS와 첫 교신을 한 것은 그로부터 12분 뒤인 9시 7분이다. 이때까지도 육상의 진도연안VTS는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도 못했다. 진도연안VTS는 해경이 관할하고 있고, 제주VTS는 해양수산부가 관할해 이원화돼 있다.

제주VTS는 122에 신고한 뒤 직접 구조상황을 지휘할 수도 없는데도 상황 파악을 한다며 10분을 허비했고 같은 해수부 관할인 완도VTS에 9시 6분에야 세월호 사고내용을 유선으로 알렸다.

완도VTS에는 해경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진도연안VTS에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진도연안VTS는 완도VTS를 통해 9시 6분 세월호를 찾고 1분 뒤 “해경을 빨리 부탁한다”는 세월호 무전 답신을 받았다.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 3월 14일 목포VTS에서 선박사고 발생대비 상황전파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2010년 해경으로 이관된 진도연안VTS는 해경 관할이라는 이유로 함께 훈련하지 못했다.

선박 운항관리(입·출항을 관리하는 관제 포함)도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수산업협동조합 등으로 3원화돼 있다.

어선은 수협이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입·출항 신고를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이중·삼중으로 이원화된 관제시스템이 제주VTS가 오전 8시 56분 해경 112에 신고했는데도 진도연안VTS가 세월호와 교신하기까지 10분이나 걸리고 이후 구조에 혼선을 빚게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목포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