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응 총체적 부실>항구에 묶인 경비정…‘구멍 뚫린 해상안전’ 대형사고 또 온다

지난 16일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당시 목포해경이 보유한 경비함정 21척 중 11척이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는 사실이 2일 확인되면서 목포해경의 함정 운영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평상시 바다위에 있어야 할 해경 함정 절반 이상이 파도가 없는 안전한 전용부두에 정박해 있었다는 것은 해상 경계 활동을 얼마나 소홀하게 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함정 운영 방식이라면 제2의 참사가 나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상에 나가 있던 목포해경 함정 7척도 대부분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에 투입된 상황이었다. 목포해경은 사고당일인 16일을 포함해 17일까지 중국어선 불법 조업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었다. 그만큼 연안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에는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목포해경이 보유한 경비함정은 3000t급 1척, 1500t급 2척, 1000t급 3척, 500t급 1척, 300t급 2척, 100t급 3척, 피정(30∼50t급) 8척, 방제정 1t급 등 전체 21척이나 된다.

그러나 이날 해상에 있었던 함정은 3000t급 1척, 1500t급 1척, 1000t급 1척을 비롯해 100∼300t급 4척 등 7척에 불과했다. 나머지 3척은 수리중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이면 육지와 가까운 연근해로 함정 4∼5척이 동시에 구조에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목포해경은 그동안 다른 지역보다 섬들이 많고 넓은 바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함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으며, 예산 부족으로 훈련도 못하고 장비 보강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또 통상적 해상활동을 하면서 대간첩작전과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 연안 어선 보호, 해상 안전사고 대응 등 주어진 임무와 역할이 많다고 하소연해왔다.

그러나 보유하고 있던 함정조차도 전략적으로 해상에 포진시키지 못해 사고 직후에는 100t급 함정 단 한 척만 투입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은 데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그나마 출동한 함정도 구조활동에서 조직적이지도 못하고 미숙함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시민은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배를 건조해주고 장비를 보강해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무용지물’함정 운용이 되느냐 아니냐는 순전히 해경이 할 나름”이라면서 “이런 식이면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목포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