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北 소행 확인>‘휘발성 메모리’우려 최대한 신중 접근

북한의 무인기 도발 소행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군 당국은 미국 전문가와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들로 한·미 공동조사전담팀을 꾸렸다.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신뢰성·객관성을 확보하고 북한에 반박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명백한 증거인 스모킹 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무인기 발견 당시 초기 대응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측면도 있다.

공동조사 초기 분석의 최대 난제로 꼽힌 것은 무인기 내부에 탑재된 메모리의 복원 여부였다.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인기의 발진·복귀지점 좌표와 비행경로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정보를 담고 있는 메모리를 망칠 경우 스모킹 건 확보가 일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활성 메모리가 탑재돼 있을 경우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져 복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최고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한·미 공동조사팀은 4월 11일 무인기 중간조사결과 발표 이후 만들어졌다. 특히 무인기 내부에 탑재된 메모리칩은 국내 연구진이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중국제여서 조사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무인기 공동조사팀에는 메모리칩·재료·무인항공기 분석팀에 미국인 전문가 10명을 포함해 25명이 참여했으며, 무인기 부품이 한국과 미국, 중국, 체코 등 6개국에서 생산된 것을 감안해 국제적인 조사를 펼쳤다. 천안함 폭침 조사 당시에는 미국과 스웨덴, 호주, 영국 등 4개국 전문가 24명이 참여한 것에 비해 이번 조사에는 미국의 전문가 소수만 참여한 것에 대해 국방부는 “천안함 폭침은 어뢰 분석부터 폭약, 선박 등의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인기와 비교해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했던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를 모집하다보니 미국의 전문가들을 조사단에 포함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8일 공동조사팀 관계자는 “관련 매뉴얼을 확보해 중국어를 번역하는 데 1주일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중간조사 후 전환된 한·미 공조 조사를 통해 무인기 내부 메모리가 비휘발성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분석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특히 기술진은 무인기 내부 소프트웨어 실행파일에 대해 일일이 확인했고, 만장일치제를 통해 전원 확인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학자들의 특성상 직접 확인을 거치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았고 수차례 확인을 거쳐 분석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칩 내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조사팀의 주요 분석 내용은 상응 프로그램 확보와 비행경로를 입력하는 ‘명령어’ 확인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공동조사팀 관계자는 “메모리칩을 열 때마다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메모리칩을 열어 비행경로를 나타내는 명령어를 분석한 결과 무인기 3대의 발진 위치가 모두 북한 지역임을 확인했고,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북귀 지점 역시 북쪽으로 위치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4월 14일 중간조사 발표 이후 한·미 공동조사팀을 구성한 후 약 4주에 걸쳐 메모리칩 분석을 통해 무인기가 북한 지역에서 발진한 것을 밝혀내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