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쪽지 뒤덮였던 승묵이네 가게 문열었지만…

‘승묵이네 마트’로 유명해진 경기 안산시 월피동 ‘삼일마트’엔 승묵이도, 승묵이 부모님도 없었다.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은 열렸지만, 승묵이 부모는 여전히 가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승묵이의 무사생환을 귀환하던 수많은 쪽지 대신 텅 빈 공간만 남았다.

실종된 아들 승묵이를 찾으러 전남 진도로 내려가면서 점포 셔터에 ‘단원고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라는 메모를 남겨 화제가 됐던 삼일마트에는 9일 오전 승묵이 삼촌 강모 씨가 대신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지난 4일부터 가게 영업을 재개했다지만 어쩌다 한두 명씩 손님이 들락일 뿐 처량한 분위기만 가득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실종된 강승묵 군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로 뒤덮였던 삼일마트 셔터문은 이제 말끔해졌고, 간간이 유리문 밖으로 승묵이 삼촌 강 씨만이 허망한 표정으로 가게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승묵이 부모는 진도 팽목항으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려 떠난 듯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 직후 승묵이네 점포 셔터에는 수많은 시민이 메모지에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기원 메모를 써붙였지만 강 군은 끝내 시신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우리 승묵이를 지켜주세요’ 등의 내용이 적힌 수많은 편지와 쪽지들은 가게 셔터를 넘어 인근 천막과 가로수까지 가득 차기도 했다. 하지만 강 군 시신이 수습된 지난 4월 25일 수천 장의 쪽지는 모두 수거돼 승묵이와 함께 4월 27일 안장됐다.

강 군의 부모는 마트를 운영하다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승묵 군을 찾기 위해 진도로 내려갔고, 주민들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굳게 닫힌 가게 셔터문 위로 강 군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메모지를 붙여 온 국민의 화제가 됐었다.

이어 4월 26일에는 새로운 한 장의 편지가 붙었다. 승묵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지만 ‘함께 애통해하고 기원해준 이웃들에게 감사하다’는 강 군 부모가 전하는 고마움의 편지였다.

안산 = 송동근 기자 sd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