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 ‘과거사 반성’ 美정부엔 ‘韓·日조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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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미국 의회 내의 경고는 1차적으로 일본에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강력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 의회의 이 같은 목소리는 한·미·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근본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인식이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라 3국 공조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해서는 한편으로 힘을 실어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더욱 매진하라는 질책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9일 미국 민주당 소속 로레타 산체스(캘리포니아·사진) 의원이 최근 하원 군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려면 위안부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이를 피하는 것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영향을 끼치고 3국 관계에 불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의미 있는 발언으로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하면서 이를 의회 발언의 공식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에서도 현재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의 책임이 우선 일본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뚜렷하게 나타냈다는 의미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우방국가인 한국과 일본의 공동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퇴행적인 역사인식으로 인해 한·일 관계는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으며 3국 공조는 삐걱대고 있는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독려성 압박의 의미도 있다. 산체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성공을 위해 시급한 해결과제임을 상기시켰다.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셈이다.

특히 산체스 의원이 “일본 측 인사들이 ‘위안부가 필요하다’ ‘위안부는 강제 연행되지 않았다’고 발언하거나 피해자들을 ‘창녀’라고 부르는 것은 3국 협력을 방해한다”고 지적한 것은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3국 공조를 방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 정치권 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 및 이 문제를 대하는 미 정치권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이민 2세인 산체스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에서 8선을 한 정치인으로 코리아코커스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지한파 의원이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