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사회적기업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에서의 사회적기업의 의미와 역할’ 춘계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회적기업학회 제공
국내 사회적경제 조직은 소관 중앙부처가 어디냐에 따라 크게 5개 유형으로 나뉜다. 지난 2007년 노동부(현 고용노동부)가 가장 먼저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을 시작했고,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공동체 사업을, 2011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마을기업을, 2012년 기획재정부가 협동조합, 보건복지부가 자활기업을 시작했다.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의 보완 모델로 부상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이해되면서 각 부처들이 앞다퉈 관련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다.
이들 사회적경제 조직은 소관 부처에 따라 이름표는 다르지만 기업 활동의 목적은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등 대동소이하다.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싹을 틔우고, 한국사회가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의 기로에 서있는 시점인 만큼, 여러 갈래로 찢어진 사회적경제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의 골격 = 새누리당이 최근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사회적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통합생태계 조성을 법안의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통합적인 사회적경제 정책 추진을 위해 기재부를 총괄 부처로 했다. 고용부, 안행부, 복지부, 기재부 등 사회적경제 정책을 펴고 있는 부처 중에서 경제정책과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총괄부처로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기재부 장관은 관계 장관들과 협의해 5년마다 사회적경제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기본계획에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안,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맞춤형 지원방안, 사회적경제 자본시장 조성 및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운용방안 등을 담는다. 또 대통령 소속 사회적경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기본계획 수립, 사회적경제 조직의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사항, 사회적경제 활성화 및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조성과 관련된 예산 사항 등을 심의·조정한다.
◆컨트롤타워 부재 =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천 개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있다. 현재 고용부의 사회적기업 인증 업체는 968개, 기재부의 협동조합 인증을 받은 기업은 1200여 개 정도다. 안행부의 마을기업 인가를 받은 업체는 787개, 농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 인가를 받은 업체는 720개, 복지부의 자활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은 1340개나 된다. 이처럼 소관 부처가 제각각이다 보니 사회적경제 공동체를 지원하는 법규도 산재돼 있다. 고용부의 사회적기업육성법, 기재부의 협동조합기본법, 안행부의 마을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 농식품부의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특별법, 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사회적경제 관련 법은 5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법이 갖는 효과는 거의 유사하다. 창업·마케팅 컨설팅, 판로 지원, 인건비 지원 등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
◆생태계 조성 가로막는 부처 칸막이 = 사회적경제 정책들이 부처별로 파편화되면서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사회적경제 조직 간 연대가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조직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윤창출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영리기업과는 달리 사회적경제 조직은 이윤창출 이전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사회적 가치를 위해 기업활동을 하다 보면 발전 속도가 더디거나 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서로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공동생산, 공동판매 등 협력을 통해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성공한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역시 수십 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협동하고 교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관리·지원 부처가 제각각이다 보니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쉽사리 동질감을 갖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또 여러 부처가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부처 간 유사한 업무가 중복되거나 부처 이기주의가 싹튼다. 비슷한 성격의 예산집행을 한다면 결국에는 국가 예산의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 부처를 예산 배분의 경쟁자로 여길 수밖에 없게 되고 상대보다 더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애쓰게 된다. 이처럼 부처들 간 갈등과 이견이 생기면 소관 부처가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들 역시 대립관계에 놓이기 쉬운 것이다.
◆통합 컨트롤타워 조성 = 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여러 부처로 분산된 사회적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를 기재부로 통합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는 최근 몇년 사이에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모델로 우리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부처 간 유사업무 중복과 예산집행의 비효율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이제 막 싹을 틔우고 있는 사회적경제를 성공으로 이끌기 어렵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사회적경제 조직 간 협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취지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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