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한국형 축구’는 없었다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던 한국 축구가 16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무승’의 치욕을 당하며 탈락했다. 아시아의 마지막 보루로 자존심도 지키지 못했다.

홍명보(45)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압박과 스피드, 빠른 패스, 강한 수비조직력 등에 기반한 ‘한국형 축구’를 추구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와의 격차만 확인한 꼴이 됐다.

한국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최종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해 조 4위, 꼴찌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16강 진출이 좌절되면서 8강 진입의 목표 달성은 실패로 돌아갔다.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면서 3득점에 그친 반면 6실점을 허용했다. 3승을 거둔 벨기에와 1승1무1패인 알제리가 조 1, 2위로 16강에 진출했고 러시아는 2무1패로 탈락했다. 홍명보호는 원톱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고집해 골 결정력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아시아 지역 예선 때부터 지적돼온 고질적인 수비 불안도 전혀 보완하지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아시아축구의 맹주를 자처했던 한국이 브라질월드컵에선 1무2패, 무승의 참담한 성적을 거두며 쓸쓸하게 퇴장한 것.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건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16년 뒤로 되돌아간 셈이다. 한국은 한일월드컵에서 3승2무2패, 2006 독일월드컵과 남아공월드컵에서 1승1무1패 등 지난 3차례의 월드컵에선 모두 승리를 남겼다.

골이 절실했지만 번번이 막혔다. 경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박주영(29·아스널) 대신 김신욱(26·울산)을 최전방 공격수로,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4실점을 내준 골키퍼 정성룡(29·수원) 대신 김승규(24·울산)를 투입했지만 골 결정력 부재로 인해 끝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승으로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벨기에는 스타팅 멤버를 7명이나 바꿔 사실상 2군에 가까웠지만 대표팀은 벨기에에 역습을 허용해 패배했다. 벨기에의 스테번 드푸르(26·포르투)가 전반 44분 김신욱의 오른 발목을 고의로 밟으면서 퇴장당했지만 수적인 우위조차 살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근호(29·상주)의 패스 미스가 역습, 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근호의 볼을 가로챈 벨기에는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고 후반 33분 디보크 오리기(19·릴)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날린 중거리슛을 김승규가 몸을 던져 쳐냈지만 얀 페르통언(27·토트넘)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튕겨 나온 공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대표팀은 18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12개의 유효슈팅을 남겼지만 골 사냥엔 실패했다. 6차례의 코너킥, 17번의 프리킥을 얻었지만 세트피스 기회 또한 번번이 무산됐다.

상파울루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