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브라질… ‘미네이랑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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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네이마르(22·FC 바르셀로나)와 치아구 시우바(30·파리생제르맹)가 없는 브라질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 최강’ 브라질이 아니었다. 전반에만 무려 5골을 내주며 ‘전차군단’ 독일에 무릎을 꿇었다. 1950 브라질월드컵에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우루과이에 내준 ‘마라카낭의 비극’도 이번의 충격엔 미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미네이랑의 비극’이었다.

브라질은 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 1-7로 참패했다. 월드컵이 출범하기 전, 1920 남미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루과이에 0-6으로 무너진 이후 94년 만에 나온 대량 실점에 의한 패배였다. 193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에 6-5로 이겼지만 5골을 내준 이후로도 76년 만의 최다 실점이었다. 이로써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패배한 이후 12년 만에 깨끗이 설욕하며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4년 만에 네 번째 트로피 탈환의 기회를 따냈다. 10일 열리는 네덜란드-아르헨티나전의 승자와 14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전반 30분 만에 승부가 판가름 났다. 11분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의 첫 골을 시작으로 23분에 미로슬라프 클로제(36·라치오)의 두 번째 골, 24분과 26분에 토니 크로스(24·바이에른 뮌헨)의 연속골, 29분에 사미 케디라(27·레알 마드리드)의 다섯 번째 골이 연거푸 터지며 브라질을 수렁에 빠뜨렸다. 불과 18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클로제가 역대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 득점(16골)에 환호하는 사이, 노란색 셔츠와 네이마르 가면으로 물결치던 브라질 관중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성팬들은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나 브라질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간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24·첼시)가 후반 24분과 34분에 2골을 더 보탰다. 칠레와의 16강전 승부차기 선방의 영웅인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는 월드컵 본선 사상 브라질 최다 실점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나락으로 떨어진 브라질은 후반 45분 오스카르(23·첼시)가 겨우 한 골을 만회해 ‘영패’를 모면했다. 하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자존심과 쓰디쓴 참패의 흔적을 지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날 브라질의 패배 원인은 스트라이커 네이마르와 수비의 핵인 시우바가 빠진 게 가장 컸다. 특히 시우바가 없는 브라질 포백은 양쪽 측면을 무방비 상태로 내주고 독일 공격수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이 같은 스코어는 우리로서도 당혹스럽다. 네이마르와 시우바의 존재가 생각보다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