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 일제히 ‘우려’…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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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발상이고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위험한 생각이다.”

2기 경제팀이 24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방안(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해 전직 경제 수장들이 일제히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향후 긴급 경영 상황에 대비하려고 마련해둔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발상은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철폐해 투자여건을 조성해 주는 등 ‘채찍’보다 ‘당근’ 정책을 쓰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바깥으로 배출토록 해서 가계소비의 원천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의도 같은데 당장 이중과세 논란부터 일고 있지 않느냐”며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사내 유보하는 데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우선 불확실성에 대비하자는 차원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보려는 것”이라며 “투자할 기회가 없으면 기업들이 돈을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두도록 내버려둔 뒤 쌓아놓은 돈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사내유보금은 현금이 아니라 부동산 등 다른 형태로 있는 게 대부분인데 너무 현금성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워낙 급한 상황이다 보니 동원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하자는 것 같다”며 “우선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대단한 각오를 갖고 투자할 기회부터 열어주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순수한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발상 자체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들은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유보금 규모가 적지 않은데 이렇게 비상금처럼 갖고 있는 돈을 가지고 송두리째 죄악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가 일단 방향을 틀기 위해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전 부총리는 “최경환 부총리의 취지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줘서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를 하도록 독려하자는 차원인 것으로 짐작된다”며 “하지만 당근 쪽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중과세 문제도 있고 불편하고 과도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많다”며 “우선 투자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회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