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부적응 병사 배려한다고 ‘열외’ 성취감 떨어져 상황 더 악화시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으로 병사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 부적응 병사를 신체·정신적인 이유로 훈련에서 자주 열외시키는 것은 오히려 부적응 정도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군 부적응 병사는 일반 병사에 비해 정서지수(EQ)와 브레인지수(BQ)가 낮았는데, 잦은 열외로 인한 성취감이 낮아진 것이 지수를 낮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 것이다.

8일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가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게재한 ‘뇌파분석을 통한 군복무 부적응 병사의 뇌기능 특징 연구’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모 사단의 비전캠프에 입소한 군복무 부적응 병사 59명과 동일 사단에서 정상적인 병영생활을 하고 있는 입대 8개월 미만 병사 60명에 대한 뇌파 측정 결과 EQ는 일반 병사가 81.14, 부적응 병사는 79.30으로 조사됐다.

또 논리적 사고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나타내는 BQ도 일반 병사 67.21, 부적응 병사 64.97로 측정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이선규 교수는 “EQ나 BQ의 정상인 수치나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부적응 병사들의 수치가 일반 병사의 평균보다 낮은 것은 이들이 개인조절 능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에서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지수도 부적응 병사가 일반 병사에 비해 더 높았다. 일반 병사의 육체적 스트레스 지수는 좌뇌 11.02, 우뇌 12.30으로 측정됐지만, 부적응 병사는 좌뇌 13.19, 우뇌 13.88로 측정됐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부적응 병사가 높았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항스트레스 지수는 부적응 병사가 더 낮았다.

연구팀은 “부적응 병사들이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이유로 각종 훈련이나 체육활동, 체력단련 등으로부터 자주 열외하는 등 부대활동성이 떨어지고, 이로 인한 성취감 달성과 군생활 만족도가 일반 병사에 비해 낮아진다”며 “이것이 부적응 병사의 뇌기능에도 영향을 끼쳐 알파파 각성을 낮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