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의 ‘대국민 담화문’>朴 ‘금융 保身주의’와 전쟁 선포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국회가 공전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오직 경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기관의 보신주의 해소 방안을 모색한 데 이어, 오는 9월 1일에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격려하기로 했다. 국회가 지난 5월 2일 이후 116일째 법안 처리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민생·경제 ‘올 인’ 행보를 통해 대(對)국회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혁신 촉진 방안’ 등을 주제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최근까지 이어져 온 박 대통령의 경제 활성화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초점은 사뭇 달랐다. 지난 7월 24일 확대경제장관회의, 8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들이 재정 확대와 규제 개혁 등 정부 차원의 경제 활성화 대책 마련을 위한 자리였던 것과 달리 이날 회의의 방점은 민간 영역이랄 수 있는 금융부문에 찍혀 있었다. 중소·중견기업과 창업자들이 지닌 기술의 가치를 중시하기보다는 여전히 담보와 매출액에 근거해 대출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는 금융기관의 보신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대책이 주로 논의됐다.

강력한 규제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복지부동에 빠진 공직사회를 질타해 온 박 대통령이 금융기관들의 보신주의에 대해서도 일대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이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아무리 규제를 없앤다 해도 금융기관들이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한다면 실질적인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하루 전인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번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금융권 보신주의를 근본적으로 없애 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계기로 그동안 미뤄뒀던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작업에도 시동을 걸 태세다. 박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 노사정위 위원 6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한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복지부동에 빠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공직사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질책도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 부처들의 규제개혁 성과 미비로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점을 거론하며 공직사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차 규제개혁회의 이후)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느냐”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있다고 하면서 (규제개혁을) 내년에 할 거냐, 내후년에 할 거냐”고 따져 물었다. 박 대통령은 “국무조정실도 있고 경제부총리제도 도입했고, 정 안 되면 청와대 수석실에서도 나설 수 있는데 (규제개혁을 위한 부처 간) 협업이 잘 안 된다고 해선 안 된다”며 “다 동원해서 해결해야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남석·정철순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