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벌정치 대해부>고이즈미 이후 급속 勢약화… 아베 ‘극우폭주’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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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일본 도쿄(東京)와 야마나시(山梨)에서 집권 자민당의 7대 주요 파벌에 속하는 헤이세이(平成)연구회(누카가(額賀)파), 시스이(志帥)회(니카이(二階)파)의 ‘하계 연수회’가 열렸다.

연수회를 표방했지만 9월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첫 번째 개각을 앞두고 파벌을 대표할 각료 후보를 추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정권 창출 1년 8개월 만에 찾아온 입각 기회인 만큼 파벌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막상 막이 오른 연수회의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못해 냉랭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 등에 따르면 2대 파벌인 누카가파 연수회는 소속 의원 52명의 절반 수준인 약 30명이 참석하면서 저조한 출석률을 보였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회장은 “우리 동료들 중에 인재가 많이 있기 때문에 당과 내각에서 젊은 인재들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예전과 같은 정치력을 기대하는 참석자들은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니카이파 연수회에선 개각은 물론 당 간부 인사 문제조차 논의되지 않았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회장은 인사말에서 “아시아의 다음 시대를 우리가 짊어진다는 생각으로 대응하자”며 외교문제 해결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일본 언론들은 두 파벌의 연수회가 “파벌의 구심력 약화”, “파벌들의 무력감”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과거 개각 때마다 각료를 추천하며 사실상 인사를 좌우했던 파벌들이 더 이상 총리의 인사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파벌 내부에서는 “서로 친분이 있으니 모임에 참석하지만, 간부들이 실제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파벌에) 별로 힘은 없다”는 자조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 정권 출범 당시부터 내각 구성에 “파벌 추천은 받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 총재 선거 당시 자신을 지지해준 파벌 수장들에게 각료 자리를 일부 안배했지만, 특정 파벌에 속해 있지 않은 측근들도 다수 기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베 총리의 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경제개방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 등이 대표적인 ‘무파벌 친(親)아베’ 정치인이다. 아베 총리가 재계, 학계 등 파벌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들을 자문역으로 두면서 정책 주도권을 당이 아닌 총리 관저로 가져온 것도 파벌의 힘을 약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정권 출범 직전 중의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면서 구축한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베 총리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당내는 전통의 주요 파벌을 초월한 연구모임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이들 모임은 정책 연구 또는 친목 도모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베파와 비(非)아베파로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정권 지지 여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베파를 대표하는 모임은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전 총무상이 이끌고 있는 ‘기사라기(如月)회’다. 회장인 하토야마 전 총무상이 “나는 아무 직책도 맡지 않고 아베 총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공언하는가 하면, 창립 멤버인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전 농림수산성 부대신이 모임을 “아베친위대 다국적군”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 기사라기회는 이 같은 철저한 ‘아베 지지’를 바탕으로 파벌이 없는 초선 의원들을 적극 공략하면서 2011년 6월 창립 당시 5명에 불과했던 회원수를 8월 현재 109명으로 불렸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淸和)정책연구회(마치무라(町村)파)의 92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비아베파의 핵심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이 이끄는 ‘무파벌 연락회’다. 이시바 간사장은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1월 모임을 결성하고, 파벌에 속해 있지 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8월 7일에는 처음으로 하계 연수회를 열고 30여 명의 의원들이 모여 결속을 다졌다. 이시바 간사장은 친목 모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모임 내부에서는 ‘이시바파’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