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길에서 만난 세상>관광객 대접 차별… 외국인 ‘칙사’ 내국인 ‘찬밥’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여 달러를 버는 게 국가적 과제이던 시절, 민간 차원에서 국민이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건 ‘환대’였습니다. 미소와 친절. 이 두 가지가 외국인을 맞이하는 자세로 늘 강조됐습니다. 낯선 나라와 도시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하는 건 바로 ‘사람들’입니다. 따스한 미소와 감동적인 친절을 경험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방문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겠지요. 지금도 민간 영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환대서비스’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고, 적잖은 성과도 올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못지않게 ‘내국인 국내여행 확대’가 중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와 지역경기 진작,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에다가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과 문화 향유라는, 여행이 가진 여러 긍정적 효능이 새삼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25일부터 시작하는 ‘관광주간’도 내국인들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정책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정부의 관광정책 중심이 이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일변도에서 내국인들의 국내여행 확대 쪽으로 옮아간 듯합니다. 이런 정책 전환은 경기 진작이란 명분이나 경기활성화 효과를 차치하고도, 여행을 향유할 기회가 늘어나게 될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반가운 일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이 여행 소비자들을 겨냥한 여행상품 홍보와 서비스는 넘쳐나는데, 정작 지자체나 관광지 주민들의 수용태세는 예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입니다. 무릇 여행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입니다. 어느 곳으로 여행을 떠나도 여행자들이 종국에 만나는 건 ‘사람들’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야말로 여행의 가장 강력한 이미지로 가슴에 남게 됩니다.

외국인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내국인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건 친절과 미소입니다. 하지만 내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환대서비스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주민들은 여행자들을 ‘소 닭 보듯’하고, 여행자들도 ‘바가지나 쓰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요즘 여행의 풍경이라면 좀 과장된 것일까요.

국내여행 소비를 늘리겠다면 관광주간의 ‘할인혜택’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을 둬야 하는 게 지자체의 수용태세라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행자들의 태도나 자세에 대한 캠페인이나 홍보까지 더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릇된 행동을 고치거나 교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서로 인사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알려주자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관광객을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관광객은 지역 주민을 존중하는 방식을 말입니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여행은 훨씬 더 풍성해지고 즐거워질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구태여 떠다밀지 않아도 관광객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