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연된 막말·호통·졸속… “이런 국감 뭐하러 하나”

2014년도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시작 첫날부터 ‘싹수가 노랗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51 일간 허송세월을 하면서 ‘놀고 먹다’가 ‘마지못해’ 국감을 시작했지만 개시일부터 파행과 막말·호통, 망신주기식 질의 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해 부실·졸속 국감 우려도 씻을 수 없다.

첫날부터 ‘국감 무용론’이 등장하는 국감사상 최초 기록도 생산했다. 국감 시작 훨씬 이전에 이미 끝냈어야 할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정작 본 국감이 파행을 겪는 것은 싸움질만 하는 준비되지 않은 정치권이 불러온 필연적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파행·막말·졸속 국감 등 고질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국감 시작 전에 끝냈어야 할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인 끝에 7일 환경부 국감은 아예 진행하지도 못했고, 8일 고용노동부 국감도 이날 오전까지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여야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입씨름만 벌이다 정작 환경부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질의도 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환경부 공무원들은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외래종 퇴치 작전 실패 사례인 ‘뉴트리아(괴물쥐)’ 한 마리만 포도 등 먹이를 먹으며 덩그러니 국감장을 지키는, ‘동물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야는 전날 하루 종일 싸워도 모자랐는지 8일 오전에도 서로 헐뜯기에 바빴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한 새누리당 환노위 위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정말 질의에 필요한 증인을 채택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끼워넣기를 하고 급하게 증인 채택을 하다 보니 이런 파행까지 온 것 아니냐”며 “이런 잘못된 관행은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위원회에서도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 공방이 격해져 1시간 가량 공전하기도 했다.

국감 첫날부터 정부 관계자에 대해 윽박지르고 호통치는 막말 국감도 재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해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에게 기준금리 관련 질의를 하다 “한글도 모르세요”라고 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새정치연합) 의원은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의료기기 심의 기준 관련 질의 중 “규정 있어?” “당신들이 마음대로 결정을 해?”라고 반말로 따져물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지방세 인상과 관련, 여야 의원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것을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이 멍하니 지켜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국감은 정부와 관계기관을 상대로 의회가 질의하는 것인데 지금은 국감장이 여야 싸움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박정원(법학) 국민대 교수는 “실질적인 국감이 돼야 하는데 짧은 준비 기간에 인기만 끌려고 하니 계속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하면 국감의 의미가 계속 퇴색돼, 결국 국감을 없애고 국정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