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전방에도 구식 장비… “예산 부족” 타령만

군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노후장비의 교체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스마트 군(軍)’ 시대에 구식 장비들로 짜깁기한 아날로그 무기체계를 통해 과연 국가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아날로그 장비 교체 지연으로 무늬만 첨단 디지털 군에 불과하고 속사정은 아날로그 군 처지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육·해·공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예산 책정이 되지 않았다”는 구실을 내세우고 있다.

◆36년 된 노후전차 배치, 서북도서 사수 의지 의심케 해 = 국회 국방위원회 백군기(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북도서는 6·25전쟁 후 최초로 영토를 포격당한 지역임에도 전력증강에 소극적인 국방부의 태도는 이 지역 사수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해병대사령부가 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병대가 운용 중인 전차는 1978년 이후 양산된 M48A3K로, 오래된 장비이다 보니 야간 사격이 불가능하고 부품 수급에도 문제가 심각한 노후장비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북도서에 세계 최강의 무기를 배치하라”고 지시했지만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백 의원은 “K-2급 전차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야간 사격이 가능하고 후속 군수지원에 문제가 없는 K-1 계열 전차 정도는 배치해야 한다”며 “방공용 무기의 경우 발칸포는 속도가 빠른 고정익 항공기에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레이더와 타격체계가 연동이 되지 않아 지난 3월 북한이 보낸 소형 무인기를 탐지했음에도 타격에 실패했기에 발칸포보다 효과가 큰 대공화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육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의 99.2%가량도 노후화로 인해 북한 군 주력 전차의 장갑을 뚫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이 국방위 송영근(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육군 보유 대전차 무기현황’ 자료에 따르면 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 4만6200여 기 중 노후화되지 않은 것은 360여 기에 그쳤다. 북한 주력전차 장갑을 뚫을 수 있는 대전차 무기는 메티스 M 미사일 한 종뿐인 것으로 지적됐다.

◆예산 부족으로 전력화 지연, 물량 축소 = 2007∼2009년 증가율 13∼15%이던 방위력개선비가 최근 3년간 평균 2.5%대로 크게 감소하면서 육군의 주요 무기 전력화 시기가 줄줄이 지연되고 물량도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위 손인춘(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전력화 시기가 지연된 무기는 K-2 전차(2011→2014년), 120㎜ 자주박격포(2013→2019년), 개량형 81㎜ 박격포(2011→2017년), 차륜형전투차량(2012→2016년), 30㎜ 차륜형대공포(2013→2019년), 장애물개척전차(2013→2019년) 등 34개 부문에 이른다. 또 양산 물량이 감소된 전력은 K-2 전차(-409대), K1A1 전차(-175대), K56 탄운차(-711대), 120㎜ 자주박격포(-542문), K21 보병전투차량(-835대), 상륙기동헬기(-4대) 등 32개 부문으로 조사됐다.

16년 이상 경과된 아날로그 노후 통신체계인 스파이더(SPIDER) 체계를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하기 위한 군전술통신체계(TICN) 구축사업도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부대에서는 군용 통신기 대신 스마트폰 메신저나 전화로 훈련을 진행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스파이더는 음성 위주의 아날로그 통신체계로 군단-사단 간 통신의 경우 4bps, 중대급 이하 부대는 16kbps로 데이터 전송속도가 매우 느리다. TICN이 구축되면 군단-사단 간 통신속도는 11배인 45Mbps, 중대급 이하 부대는 13배인 2Mbps로 전송속도가 빨라진다.

백 의원은 “TICN사업에 필요한 내년 예산 1450억 원이 전액 삭감되면서 무기체계 연동은 물론 지상군 지휘통제통신체계(C4I) 전력화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