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가 이통社 담합 부추겨… 폐지해 경쟁 시켜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개선 촉구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컨슈머워치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공동주최한 단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지난 1일 시행된 이후 ‘전국민 호갱(어리석은 고객)’이란 비아냥이 나돌 정도로 휴대전화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해 폐지론과 함께 현행 요금제 개선을 통한 경쟁 촉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제조사 판매장려금의 분리공시제를 다시 도입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영업비밀 공개로 제조사의 글로벌 협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법 개정 추이가 주목된다.

소비자·시민단체인 컨슈머워치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공동주최한 ‘예견된 파행, 무엇을 간과했나-단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단통법을 폐지하든지, 아니면 보조금 경쟁을 요금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단통법의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이동통신사이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이는 보조금 지급을 원죄로 삼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쟁을 질식시키면서 소비자 편익을 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통법 폐지 이후 대안과 관련, “가계통신비 인하가 목적이라면 이통사의 요금인가제를 폐지하고 요금경쟁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요금인가제는 지난 2010년 폐지돼 인가가 아닌 신고사항으로 변경됐으나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인가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인식이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가 정부 허가(인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사업자가 이를 따르는 ‘가격선도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담합’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요금 인가제는 개인휴대통신(PCS) 서비스가 시작된 1996년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요금 인하를 제한해 후발 통신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이미 2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그 쓸모를 다한 만큼 ‘완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병태(경영학) 카이스트 교수도 “경제학 책이나 외국에는 없는 희귀한 논리와 인기영합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단통법의 규제는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면서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려면 가격과 품질경쟁을 유도하면 된다. 이통사들의 반(反)경쟁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단통법 폐지를 주장했다.

송정석(경제학) 중앙대 교수는 “단말기 판매 및 유통 구조의 개선을 통해 요금제를 현실화하는 것이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컨슈머워치는 지난 2일부터 ‘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10일에는 단통법 폐지 의견서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