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글로벌 경기침체 ‘첩첩’…‘양철북 경제’ 우려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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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경제가 분기 기준으로 ‘제로(0) 성장’에 빠지면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경고음이 이어지면서 성장정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내적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와 엔저(엔화 가치 하락) 등에 따른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외 리스크(위험)’까지 중첩되면서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활성화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과 마찰이라는 ‘정치 리스크’까지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1일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2015년 경제·금융시장 전망’에서 내년도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투자 부진과 엔저 등을 내년도 성장의 위협 요인으로 거론했다. 연구소는 “투자 부진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함께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및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는 내년에 세월호 사고 기저 효과로 부진에서 벗어나겠지만 담뱃세·자동차세 등 정부의 증세 조치와 대외환경 악화가 맞물리면서 다시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기업의 수익성 개선 부진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대외 리스크도 내년도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소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교역구조 변화로 중국발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유로존 디플레 위험, 동유럽·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성장의 위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대내외적으로 한국경제의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으며 이 같은 위험 요소가 결합될 경우 내년 1, 2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0%에 가까운 ‘제로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내년에도 경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지속으로 엔저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수출경쟁력이 많이 약화된데다 원·엔 환율 방어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내년도 성장 둔화에는 국내보다는 해외 변수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가장 큰 영향은 유럽의 경기 둔화 우려이며, 우리나라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부분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회장은 “통상임금 같은 문제가 기업에 큰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고, 각종 경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 역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장병철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