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중국 충칭에서 개장한 토종캐릭터 ‘뽀로로’ 이름의 테마파크. 2003년 국내서 처음 방영된 TV애니메이션 ‘뽀로로’는 세계 130여 개국에 진출했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매체와 비즈니스로 사업이 확장됐다. 아이코닉스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런닝맨’의 포맷을 수입해 제작된 중국의 ‘런닝맨 차이나’는 2회만에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 ‘한류(韓流)’ 드라마에서 시작해 케이팝(K-POP)을 거쳐 ‘별에서 온 그대’, ‘런닝맨’ 열풍까지. 지난 10여 년간 국제무대에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영역과 힘은 크고 강해졌다. 정부 또한 문화콘텐츠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계획(2004∼2008),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2009∼2013) 등을 통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덮어뒀던 문제 하나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이 높아지는 위상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콘텐츠들이 중국과 동남아지역 국가 등에 판매되지만 제작비용에 비해 헐값에 넘어가고, 저가 인력·기술 유출이나 베끼기 문제도 수시로 일어난다.
최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가 ‘별에서 온 그대’를 수입 유통해 수백억 원의 이득을 얻은 반면, 이를 통해 한국 제작사가 얻은 수익은 5억여 원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문화서비스 수출 시장에서 한국 문화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4%(2010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이제 잘 만드는 차원을 넘어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한 개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라
스파이더맨은 1962년 마블사의 만화잡지인 ‘어메이징 판타지’ 15호에 단 11페이지 단편 만화로 소개됐다. 하지만 이후 영화, TV 방송 시리즈, 애니메이션, 디지털 만화,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되며 수익 창출을 일궈내고 있다. 하나의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든 후 이를 다양한 분야, 장르, 매체로 변주하며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One Source Multi-Use)의 전형적인 사례다. 특히 영화 ‘스파이더맨’은 2002년 개봉 당시 8억2200만 달러의 흥행 기록과 함께 캐릭터 상품 매출로 1억5500만 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스파이더맨’의 제작사 마블사는 스파이더맨 외에도 일명 ‘어벤져스 식구들’인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등 캐릭터를 ‘따로 또 같이’ 활용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마블사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콘텐츠 강국의 문화콘텐츠 업체들은 ‘인디아나 존스’, ‘007’, ‘미션임파서블’, ‘엑스맨’, ‘셜록홈즈’, ‘로스트’, ‘CSI’ 등 브랜드화된 작품군의 후속작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을 쓴다. 특히,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콘텐츠의 확산이 빨라진 요즘에는 동시다발적인 콘텐츠 활용의 효용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단발적인 작품은 ‘힘 있는’ 문화콘텐츠가 되기 어렵다”며 “작품의 기획단계부터 ‘멀티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계와 합작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나서라
이런 콘텐츠의 활용은 관련 산업의 영역을 넘어 관광, 화장품, 패션, 휴대전화, 자동차 등으로까지 확장 가능하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높은 인지도가 한국사회, 한국어, 한국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단순 판매나 한류스타의 광고 출연 등 제한적 영역에 머물던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산업군과의 협업·합작 체계를 통해 다각화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제일모직과 공동으로 설립한 벤처기업 ‘네추럴나인’을 통해 패션 브랜드 ‘노나곤(NONAGON)’을 론칭했고 중국의 유력 화장품기업과 홍콩합작법인을 설립해 자체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출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뮤지컬, 관광 프로그램, 스타상품점 등 부가적인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스타를 활용한 상품 수익은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특히 문화산업 후발주자인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해외기업 인수, 인력·기술 수입 등 공격적인 방식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가 문화산업의 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은 콘텐츠산업을 통해 일본의 매력을 발산하고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며, 궁극적으로는 외국사람들이 일본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관광을 오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콘텐츠를 통한 제2, 제3의 부가적인 가치 창출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사람들에게 ‘한국’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물으면 ‘한류’, ‘IT’ 같은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며 “이 둘을 연계한 사업 영역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 한류역사관이나 케이팝 박물관 같은 시설을 만들어 한류의 구심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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