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복지, 전면 재조정 시급하다> ‘불안한 엄마들’ 예산 차질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 몰려

최근 누리과정(만 3∼5세 아동 유치원·어린이집 보육비 지원) 중 어린이집 보육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기피하고 유치원 원아 모집으로 몰리는 등 보육 일선에 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유치원 지원 횟수를 3회로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바람에 유치원 원아 모집에 지원하려는 학부모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내년도 유치원 원아 모집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작된다. 복수의 유치원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기간이 좀 남았지만, 입학에 대한 문의 전화나 방문 상담 수는 예년보다 2∼3배 늘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워낙 이 시기가 되면 문의 전화도 많고, 방문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지난주부터 작년보다 3배는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의 ‘원아 모집 방법 개선안’에 따라 유치원을 가·나·다군으로 나눠 군별 1회씩 총 3회만 지원이 가능해져 눈치작전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그동안 무제한 지원방식이 경쟁률만 높이고, 중복 추첨 수를 한 번에 확인하기 어려워 추가로 자리가 나도 등록이 어렵게 되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고자 지원 횟수를 제한하고 군별로 추첨 일자를 달리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내년도 모집의 경우 어린이집 기피현상과 3회 제한 방식이 맞물리면서 학부모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4살짜리 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내년에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는데 기회도 3번밖에 안돼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주변 엄마들이 어디로 지원을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최근의 어린이집 기피현상은 어린이집의 보육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무상보육에 치우치면서 정작 보육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예산 투입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보육서비스의 질적 저하의 가장 큰 문제는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보육교사들이 근무환경이 열악한 탓에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시간은 평일 8시간이 원칙이지만 9시간을 훌쩍 넘는 상황이며, 이외에 사무·시설관리 등 보육업무 외의 일까지 처리해야 해 주말에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근무여건이 비교적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매년 150개소씩 확충해 보육서비스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현진·이용권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