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정 ‘파산 위기’>중앙-지방정부 ‘예고된 복지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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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단체 중 11개 지역
내년 연금부담증가율 40%↑
올 지자체 재정자립도 44.8%
4년만에 7.4%포인트 떨어져
지자체, 보육 등 ‘사실상 포기’

세수 감소불구 복지지출 증가
정부도 뚜렷한 지원책 못내놔
복지-부담시스템 합의 필요

무상급식, 무상보육에 이어 기초연금 부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중앙과 지방의 재정을 둘러싼 복지 예산 전쟁이 더욱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수는 줄고 복지 예산 지출은 늘어나는 ‘세수 펑크’ 현상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보편적 복지의 기조 아래 도입한 무상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부담이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부담 떠넘기기’ 양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지방은 빈약한 재정 기반에서 늘어나는 복지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지만, 중앙정부도 경기침체와 세수 부족으로 뚜렷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증세를 포함해 ‘복지-부담 시스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내년도 기초연금 부담 증가율이 40%를 넘는 지역이 11곳이나 됐다. 세종시가 48.6%로 가장 높았고, 인천(48.4%)·경기(46.6%)·대전(46.0%)·울산(45.9%)·광주(45.5%)·부산(45.4%) 순이었다. 서울의 기초연금 부담액도 2015년에 40% 증가한다. 올해 광역단체 전체 예산 중 기초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7∼1.7%였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군·구의 재정 악화는 훨씬 심각하다. 광역시급 이상 자치구 총 74개 중 기초연금 예산이 전체 예산의 10%를 넘는 경우는 41개(55%)나 됐다. 기초연금 비중이 20%를 넘는 경우도 부산 영도구(20.8%)·부산진구(20%)·남구(21.4%)·사하구(20%), 대구 동구(23.8%)·서구(25.6%), 광주 북구(22.5%), 대전 동구(22.5%) 등 8곳이나 됐다.

복지 부담은 증가하는 반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2010년 52.2%에서 올해 44.8%로 4년 만에 7.4%포인트나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은 지방세 수입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또 올해 복지 예산 증가율은 12.6%로, 지방 예산 증가율(5.2%)의 두 배가 넘는다. 올해 지방재정 세입 결손은 3조7000억 원가량 된다는 추산(국회예산정책처)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6일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과 무상보육으로 지방자치단체 재정 구조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더는 부담할 수 없다”고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하기도 했다.

국회 복지위는 2015년 예산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현재 기초연금 국고보조율은 각 지자체의 노인인구비율과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국고보조율 설정 기준 중 ‘노인인구비율’을 ‘전년도의 전체 재정 대비 기초연금액 지출액 비중’을 기준으로 전환해 기초연금 지급비가 지방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