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 규제’ 혁파>정부 ‘지자체 임의규제’ 와 전쟁 “법적 근거 약하고 공개도 안해”

정부가 규제 개혁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 임의규제 색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임의규제란 자치단체가 상위 법령 위임 없이 내부지침 등으로 정한 규제를 의미하는데 경기 용인시는 올해 들어 18건의 임의규제를 폐지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용인시는 지난 2005년 1월 건축 예정지 인근 주민 의견을 수렴,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내부지침으로 건축허가 및 개발행위 사전예고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당초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주민들의 금전보상 요구, 건축 예정지 부근 건축물 증축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최근 이를 폐지했다. 용인시는 또 하나의 임의규제인 분양 홍보물 검인제도도 철폐했다. 아파트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홍보물 검인으로 인해 모집공고 승인절차가 지연되고 검인 홍보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폐지한 것이다.

용인시는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켰던 미분양세대 관리비 예치기준도 폐지하는 등 총 18건의 임의규제를 철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는 1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지역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임의규제 폐지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종섭 안행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경제단체 관계자, 기업인, 민간 전문가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안행부는 자치단체 임의규제 색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각 기초자치단체마다 수십 건의 임의규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례, 규칙 등과 달리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데다 일부 자치단체는 임의규제 폐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색출한 뒤 자치단체와 협의해 없애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행부는 규제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각 자치단체의 임의규제 사례를 모으고 있다. 또 정부부처 간 협력을 통해 임의규제 사례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열린 규제개혁 관련 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는 소관 법령에서 위임되지 않은 자치단체 임의규제 사례를 정리해 안행부에 넘겨줬다. 안행부는 규제개혁 관련 감사를 강화키로 했다. 이전에도 자치단체 감사 과정에서 ‘악의적인’ 임의규제가 발견되면 징계를 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임의규제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전반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자치단체의 임의규제 폐지를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