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 규제’ 혁파>부처간 규제충돌에 기업 ‘속앓이’ … ‘순환토사 재활용’ 농지法에 막혀

“규제와 규제가 충돌하면서 순환토사가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런 경우엔 부처 간 보이지 않는 알력싸움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업계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경기 지역에서 건설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사장은 14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순환토사를 바라봤다.

순환토사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폐토석을 ‘건설폐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건폐법) 제13조 1항에 따라 적합하게 재처리해 생산된 토사다. 연간 185만8000t(2012년 기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건설폐토석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부에서는 건폐법 시행령 제4조를 지난해 12월 개정, ‘순환토사’ 개념을 도입했다. 순환토사는 건폐법 시행령 제4조 3호의 규정에 따라 인허가된 건설공사의 복토용, 매립시설의 복토용·농지개량용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순환토사는 지난 2008년 12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순환토사 활용방안 연구’, 올해 4월 한국건설순환자원학회의 ‘건설폐기물의 고부가가치 재활용 촉진을 위한 처리체계 개선방향 마련 연구’를 통해 식물의 생장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품질이 확보된 상태다. 이에 A 사장을 비롯해 오랜 건설경기 불황에 어려움을 겪던 건설 폐기물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고 반겼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건폐법 개정으로 순환토사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에도, 또 다른 규제가 폐기물 업체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법 시행규칙’ 제4조의 2항 및 ‘산지관리법’ 제39조 제4항에선 순환토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규제가 부딪히다 보니 순환토사 재활용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건설 폐기물 업체 내에 장기 보관돼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A 사장은 “규제에 막혀 사용할 수 없다 보니 돈을 주고 팔아야 하는 상품임에도 몇몇 운송업자들이 농담 삼아 쓸 데도 없는데 공짜로 넘기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만 쉬었다. 이에 건설 폐기물 업체들은 국토교통부와 농식품부에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