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서독 헌재, ‘폭력혁명노선’ 공산당 해산·의원직 박탈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 절차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독일 헌재의 정당 해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 해산이 처음으로 청구됐기 때문에 독일의 사례가 사실상 결정례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956년 당시 서독 헌재는 독일공산당(KPD)에 대한 해산을 결정했다. 서독 헌재는 “독일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위한 투쟁정당으로, 폭력혁명 방법으로 연방공화국을 장악하려 했고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 형태를 수립하려고 했다”고 해산 결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국민주권이 아닌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권력 획득 방식도 폭력적 방식을 추구한다는 게 주요 판단 근거였다. 서독 헌재는 “헌법상 정당의 위헌성은 폭력혁명의 구체적 기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당의 정치노선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대항할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명시했다.

정부도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해 통합진보당이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폭력적 방식을 추구했다고 변론 과정에서 밝혔다. 법무부는 “통진당이 국민주권이 아닌 노동자, 농민 등의 민중주권을 주장하고 있고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내란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서독이 당시 분단국가였고, 사회주의 세력의 실질적인 위협을 받았다는 점도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하다.

서독 헌재가 독일공산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릴 당시 소속된 의원들의 의원직도 박탈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점도 주목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