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한국만의 용어 ‘비정규직’ 표현 없애자

시간제.기간제.파견 근로자 등을 한데 묶어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정규직과 양분하는 관행을 없애야 노동시장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경제계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이란 용어는 지난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법이나 규정에 정의나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시간제.기간제.파견 근로자 등이 한꺼번에 비정규직으로 묶이고 ‘정규직이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하고 열악한 근로조건하에서 차별받는 근로자’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시간제 근로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일반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비정규직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 경제계 쪽의 설명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영구적인 일자리(Permanent job)’와 ‘임시 일자리(Temporary job)’로 일자리를 구분하긴 하지만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라는 의미 대신 근로 형태가 다른 일자리라는 의미가 강하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임기를 보장받는 교수 등 일부 직업을 제외하고는 연봉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계약직 일자리가 일반적이지만 계약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적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시간제.기간제.파견 근로자 등을 비하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비정규직라는 용어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들 일자리에 대한 처우를 정규직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외국은 시간제나 기간제 등 다양한 근로 형태가 일반화돼 있고 인식도 부정적이지 않은 반면,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으로 한꺼번에 묶은 뒤 ‘정규직=좋은 일자리, 비정규직=나쁜 일자리’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인식을 없애려면 재취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충분한 실업급여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