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韓, 1960년대 임금체계 유지… 獨, 2003년 新협약

세계 각국의 임금체계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현저히 높은 연공성을 띠고 있는 데다 1960년대 지금의 임금체계가 확립된 이후 이렇다 할 구조개혁을 거치지 못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3년 독일·일본·한국의 임금체계를 비교 분석한 연구자료를 보면 한국은 연공급, 독일은 직무급, 일본은 직능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띠고 있다.

독일은 1950년대 능력 중심(직무급)의 임금체계가 확립됐다. 직종별 조합 전통 덕분에 회사 내 연공 위주의 임금체계는 처음부터 배제됐다. 1970년대 후반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산업별로 통일적인 임금체계를 띠어 왔던 전통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독일 노사정은 2003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사한 노동에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주는 ‘신임금구조 협약’을 내놓았다.

일본의 경우는 연공급이 어느 정도 정착된 상황에서 1960년대 직무급 도입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능력이 있어도 상위 직무가 비어있지 않아 승진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직무급 도입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일본은 임금체계 개선을 포기하지 않고 직무와 분리된 ‘직능급’을 개발해 확산시켰다. 직능급은 직무수행 능력의 차이를 임금에 반영하는 임금체계로 직무급의 절충책이었다. 직급이 높지 않더라도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나면 보상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1990년대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직능급 역시 연공 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싹텄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성과주의 임금제도와 직무급을 확산시키는 등 기업별로 임금체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1990∼2000년대 후반 일본은 임금 연공성을 계속 완화하는 임금개혁을 이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임금체계 구조개혁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으나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실패했다. 1960년대부터 자리 잡은 연공급 임금체계와 관련해 여러 차례에 걸친 변화 시도가 있었다. 1970년대 일부 기업에서 직무급을 도입했으나 대부분이 실패했다. 이후 1987년 노동자대투쟁에서 많은 기업이 대폭적인 임금인상과 국제경쟁 가열, 직원의 고령화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직무급과 연공성을 절충한 일본의 직능급을 국내 여러 기업이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인사평가와 근로자 간 경쟁을 지양하는 노동조합의 반발로 직능급은 확산되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연봉제와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는 견고한 상황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