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건 유출’ 4大 쟁점>② 靑, 문건회수에 소극적 왜?

15일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와 청와대 감찰 보고서, 관련자 진술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4월 초 세계일보의 청와대 문건 보도 이후 문건 회수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일보가 처음으로 문건 내용을 보도하고 약 8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도 회수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결국 11월 28일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 보도에 이르게 됐고, 국정 운영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은 4월 2일 세계일보에 ‘靑(청와대)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대대적인 감찰 조사를 벌였다. 청와대는 당시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었다 2월 초에 경찰로 원대 복귀한 박관천(48) 경정의 문건 출력 및 복사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박 경정은 증거를 제시하며 자신이 유출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조사는 미궁에 빠졌고, 청와대는 일단 상급자였던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경질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를 퇴직한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서 “문건이 유출됐으니 회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5∼6월쯤 오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유출 문건과 문서유출 경위서를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비서관이 오 전 행정관에게 출처를 밝히라 했고,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나간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권오창 현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해 문건의 출처가 자신임을 밝히고 회수 조치에 나서라고 했지만, 이후에도 문건 회수 노력은 특별히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6월 임명된 김영한 민정수석에게도 문건 유출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도둑이 신고했든, 강도가 신고했든 소방서는 불이 나면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제보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회수에 나서지 않았다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당시 문건 회수에 나서지 않으면서 ‘정윤회 문건’이 결국 보도됐고,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