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티맥스소프트’에서 오세윤(왼쪽 두 번째) 재무회계팀 상무와 하나은행 관계자들이 기술자금 기반 대출 이후 회사 연구·개발 진행 상황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 경제 회생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은 시간이 갈수록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미래의 ‘히든 챔피언’을 육성할 수 있는 기술금융 활성화가 시급하다. 문화일보는 이제 막 도입기를 지나고 있는 기술금융의 생생한 현장을 살펴보고 모범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티맥스소프트(TmaxSoft)’ 연구동. 400여 명의 이 회사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각각 연구실에 앉아 분주히 컴퓨터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주로 2인 1실로 된 연구실 투명 유리창에는 일반인들은 알기 힘든 수학 수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총 600명의 인력 중 70%가 연구·개발(R&D) 인력들로 구성된 회사는 연구원들의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최대한 보장하며 R&D 인력 투자에 힘쓰고 있었다.
티맥스소프트는 ‘미들웨어’ 분야의 업계 1위 업체다. 미들웨어란 컴퓨터 시스템 내에서 일반 소프트웨어가 원활히 작동하고,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서버와 소프트웨어의 중간 연동 역할을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회사는 국내외 2700곳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IBM, 오라클 등의 다국적 대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시장점유율 42.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기술력과 시장경쟁력을 갖춘 회사도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았다. 회사의 경쟁력은 R&D 연구원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연구원 충원이 계속 필요해 관련 자금이 부족했으나 매출액, 유동비율 등 재무 지표 평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은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았다.
오세윤 티맥스소프트 재무회계팀 상무는 “제조업은 공장 등 담보물이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기술력과 같은 무형의 자산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무형의 자산은 자산 가치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는 다행히도 하나은행 삼성역기업센터지점과 인연이 닿으면서 관련 R&D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정부가 2017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 300개를 키우겠다며 시작한 프로젝트 ‘월드 클래스 300’에 포함된 티맥스소프트를 박의수 삼성역기업센터지점장이 눈여겨봤고, 티맥스소프트를 찾아와 기술금융 대출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티맥스소프트 대표에게 권유해 기술신용평가(TCB)를 받아보게 했더니 등급이 BB가 나왔다”면서 “기술력으로는 국내를 넘어 세계 1등이라고 생각했고, 본사 심사부 등의 심의를 거쳐 총 20억 원의 대출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 상무는 “기술금융 대출 덕분에 R&D 재투자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다만 이번에 기술신용평가를 받아보니 기술평가 인프라가 더 보강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위원들이 회사의 ‘미들웨어’ 기술력을 생소하게 생각해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기술평가기관 및 대출 은행이 기업의 기술력, 잠재력, 성장 가능성을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과 평가 툴 개발을 더욱 강화한다면 기술금융 활성화는 시간문제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은 티맥스소프트 같은 창조경제의 주역인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기술형 중소기업 지원 방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심사부 안에 기술신용정보 심사팀을 설치한 이후로 기술신용평가에 기반을 둔 기술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해 오고 있다. 8월에 ‘하나 중소기업 행복 나눔 대출’, 9월에 ‘하나Tech론’ 등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하고, 대상 기업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11월 말 기준 현재 하나은행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 누적 건수는 1245건이고 금액은 8042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은행 자율대출 건수는 815건(6346억 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계속해서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한 우수 기술 보유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금융부문, 관계형 금융부문, 벤처투자부문 등 금융지원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예비창업자·초기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나 파이낸셜데이’를 매달 운영하고, 분기마다 ‘금융분야 스타트업 교육’을 실시한다.
외환은행의 경우에도 10월 말 기준 ‘KEB 기술금융대출’이 974억 원을 기록하는 등 기술금융 기반 대출에 힘쓰고 있다. 외국환 분야에 대해서도 외환은행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중소기업 글로벌 자문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7월 ‘201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유공자 지원우수단체부문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성남 =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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