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매파’가 몰려왔다… 맹금류와의 공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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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4 국제매사냥축제 공식행사장인 아부다비 알포산경기장에서 영국팀의 해리스매 2마리가 먹이사냥 경쟁을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막에서 펼쳐지는 아랍의 전통 매사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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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금(猛禽)을 통해 온 세계가 하나로 뭉쳤다. 인류의 사냥문화 속에서 약 4000년의 역사를 지닌 매사냥(Falconry)은 다양성과 보편성을 두루 갖춘 세계무형문화유산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중심으로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의 매사냥이 2011년 동시에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그로부터 3년 뒤,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제3회 국제 매사냥축제(The 2014 International Festival of Falconry)가 열렸다. 지난 7∼13일 열린 이 축제에는 유네스코 등재국을 포함한 78개국 500여 명의 맹금관계자들이 참가해 인종, 종교, 피부색의 갈등을 넘어 매사냥문화를 공유하면서 모두 하나가 됐다. 6일부터 각국의 대표단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하멤지방에 마련된 사막캠프는 세계의 인종 전시장처럼 다양한 차림의 다양한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자연보호구이면서 왕실의 사냥터인 하멤 사막에 60여 개의 임시 텐트가 세워지고 아랍의 전통 유목민 마을이 생성됐다. 참가자들은 이곳 텐트에서 10일까지 합숙하면서 아랍의 매사냥문화를 체험하고, 공식대회에서 펼칠 매사냥시연을 연습하며, 대형텐트에서는 맹금보존활동과 맹금치료에 관한 학술대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매사냥문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국인 한국은 박상현 맹금재활사, 이새미 수의사 등 한국맹금보존협회 회원 6명이 이 축제에 참가했다. 이들은 고구려, 고려, 조선 등 우리 역사 속 매사냥문화와 한국의 맹금보존활동을 소개하고, 세계의 맹금활동가들과 적극적인 교류활동을 펼쳤다.

이 축제에 초대된 맹금관계자들은 하멤지방의 사막캠프에서 아랍 귀족들의 매사냥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행운을 맛보았다. 자연보호구이면서 왕과 귀족의 매사냥터는 일반인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전기 철망으로 광활하게 둘러싸였다.

다른 메마른 사막과는 달리 녹색의 작은 관목이 드문드문 자라면서, 매사냥의 주된 먹잇감인 호바라(사막느시)와 야생토끼 그리고 도마뱀, 전갈, 독사 등 사막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다.

걸프만의 기후는 겨울철이 가장 쾌적하다. 그래도 한낮의 기온은 섭씨 30도를 밑돌기 때문에 매사냥꾼들은 주로 더위가 한풀 수그러진 해 질 무렵에 사냥을 시작한다. 아랍에는 한국 송골매의 사촌격인 세이커매가 서식하며, 이들이 전통 매사냥에 널리 사용된다.

크고, 빠르며 하얀 깃털을 선호하는 아랍인들은 요즘 북극매나 북극매와 송골매의 혼종을 많이 사용한다. 이들이 매사냥에 사용하는 흰색 북극매는 마리당 1억 원 이상의 몸값으로 거래된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한국에서도 겨울철에 이따금 나타난 옥송골(북극매)을 한반도 진상품으로 중국 황제에게 선물했다. 중국 송(宋)대의 매그림에도 황제의 흰색매가 고려산이라고 기록돼 있다.

아랍의 매사냥에서 낙타와 사냥개인 살루키는 매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동물이다. 매사냥꾼들은 4∼5명이 한 조가 돼 3∼4개 조가 낙타에 매를 걸치고 사막으로 나선다. 이때 3∼4마리의 살루키가 동원된다.

경주견인 그레이하운드의 조상 격인 살루키는 사막에서 달리기 좋을 정도로 날씬하게 생겼지만, 유럽의 사냥개보다 머리는 좀 둔하다는 평을 받는다.

사막의 필수 이동수단인 아랍의 낙타는 단봉낙타로 덩치가 크다. 낙타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내릴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낙타가 주저앉으면서 타고 있는 사람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신의 몸을 뒤로 강하게 몸을 젖히지 않으면 대부분 앞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사냥꾼들은 사막에 드러난 호바라나 토끼의 발자국을 따라 이동한다.

호바라의 발자국이 멈춘 곳에 이르면, 낙타 위 매사냥꾼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사막색으로 위장한 호바라는 자신의 위장색을 믿고, 바짝 엎드려 사람의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때 살루키가 위력을 과시한다.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사냥개에 호바라도 더 이상은 숨지 못 하고 하늘로 비상한다.

매사냥꾼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매를 호바라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날려 보낸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북극매는 자신보다 덩치가 몇 배 큰 호바라를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사냥의 성공률은 50%를 넘진 못한다. 토끼사냥의 경우는 북극매의 성공률은 훨씬 떨어진다. 매과의 새는 수리과 맹금보다 발톱의 힘이 약하다. 따라서 지상의 토끼사냥에는 북극매보다는 검독수리나 참매가 더 유리하다.

4개 조로 나누어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사막 매사냥에서 이들은 2마리의 호바라를 사냥했고, 야생토끼는 추적만 하다가 실패했다. 사막으로 떨어지는 황금빛 노을 속에 귀가하는 아랍의 매사냥꾼들은 이 정도면 대성공이라며 만족했고, 먼발치에서 관람한 국제 매사냥 참가자들은 사막 매사냥체험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할 것 같다.

공식행사인 에레나 이벤트는 아부다비시 알포산 국립경기장의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UAE매사냥클럽 회장이며, UAE 서부지역 통치자인 알나히안 세이크가 참석한 가운데 각국 대표단 500여 명의 행진 및 매사냥 시연이 11일부터 13일까지 펼쳐졌다. 현대 매사냥의 종주국격인 영국은 송골매 비행시범과 해리스매의 협동사냥을 선보였다. 미국은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의 먹이 낚아채기, 붉은꼬리매의 사냥술을 시연했다.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흰머리수리의 공중비행을 키르기스스탄은 검독수리 비행을 선보였으나, 기후 조건이 맞지 않은 탓인지 맹금들이 매부리의 뜻대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에레나 이벤트에는 83개국이 초청되었으나, 78개국에서 한 국가당 5∼10여 명이 참석했고, 64개의 국가별 텐트가 마련됐다. 한국 부스에는 ‘대장금’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의 한복차림을 한 대표단, 한국의 맹금류 사진과 협회의 활동상, 맹금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특히 서울에서 공수해 간 한국의 담백한 전통 엿은 부스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건조한 사막의 피로를 잠시 잊게 해줬다.

맹금은 인류사에서 어느 나라나 가장 선망이 된 동물로 그들이 존재함은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비록 3년 마다 열리는 국제 매사냥축제지만, 이 축제를 통해 멸종위기의 맹금보존에 온 세계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며,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인 매사냥을 후대에까지 전승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78개국의 다민족, 다인종이 매사냥이란 공통의 주제로 화합하고 협력한 이번 행사는 곧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한 작은 출발점 같았다. 아울러 대한민국도 3년마다 열리는 국제 매사냥축제를 개최하기를 희망하면서 걸프만 부자나라의 여유로운 잔치를 마감하고 돌아왔다.

아부다비 = 글·사진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