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난맥’>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 ‘질식사고’는 人災… 환기시설도 가동안해

지난 26일 신고리 3호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가스 질식사고는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가 밀폐공간 내 환기시설을 가동하지 않는 등 위험작업장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울산 울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3호기 보조건물 가스밸브룸에서 근로자 3명이 질소가스 질식으로 사망한 사고와 관련,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력업체인 대길건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을 불러 사고 원인 및 안전수칙 준수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사고현장 보조건물 내 밸브룸은 가스배관이 있고 30㎡의 밀폐된 공간이어서 근로자 출입 시 환기시설을 가동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에는 기존에 설치돼 있는 환기시설은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기시설을 가동했더라면 질소가스가 배관에서 누출됐다고 하더라도 농도가 약해 근로자들의 사망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수원은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환기시설을 통해 질소가스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공사는 밀폐공간으로 위험 작업장에 출입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사전에 산소 농도 측정 및 환기시설 가동 여부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게 하고,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대기 중 산소 농도가 16%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이 질식할 수 있는데, 사고 직후 현장의 산소 농도는 14%로 조사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밀폐공간에서 근로자가 작업할 경우 사전에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 전 적정 산소 유지를 위해 환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보조건물과 밸브룸 등 각종 시설은 한수원이 2011년 말 시공사인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운영권을 이관받아 수시로 시운전 중이었고, 사고 근로자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협력업체 소속이어서 이번 사고와 관련, 운영사와 시공사 모두 책임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경찰이 사고현장 주변 CCTV를 조사한 결과 숨진 근로자 3명 중 김모(35) 씨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51분, 손모(41) 씨는 오전 10시 17분, 홍모(50) 씨는 오후 4시 56분에 각각 사고현장인 밸브룸에 들어갔다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