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판결 파장>檢 입장표명 자제 속 윤석열 “당연한 결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받아든 검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파일 등 디지털증거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에 불만을 가지며 상고할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검찰 내 분란을 불러 일으킨 ‘윤석열 수사팀’의 판단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데 대해 마냥 좋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10일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검찰은 고위급 인사발령이 이뤄지는 11일 이후 대법원에 이번 사건을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도 국정원 직원이 수사과정에서 본인이 작성했다고 진술한 이메일 파일에 대해 법정에서 부인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모 씨는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관련한 이메일 파일을 본인이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진술을 부인했다. 검찰은 이와 유사한 증거인정 문제로 무죄 판결을 받은 다른 대공사건 등에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는 부분으로 인해 더 난감한 입장이다. 1심 판결을 뒤집고 실형 선고를 얻어낸 ‘성과’가 있음에도 수사 당시 공직선거법 적용을 반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일부 수뇌부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사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적극 지원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공직선거법 적용을 밀어붙인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겐 이번 판결이 사실상 복권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특수분야 검사들을 중심으로 황 장관의 판단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초유의 항명사태를 일으키며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된 윤 팀장은 이번 항소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공안분야의 한 검사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인 데다 이번 판결로 국정이 또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