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워싱턴 전방위 로비… ‘미국 내 日派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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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샤피로 前상무차관
“현재 한·일갈등 韓에 책임”
아베訪美 전 친일여론 확산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3국 과거사 갈등 공동책임론 발언을 계기로 친일 여론 조성·확대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갈등을 도외시하고 원만한 한·일 관계만을 주문하는 미국의 태도에 있겠지만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전방위 로비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미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솔직히 일부가 이번 연설을 특정한 지도자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약간 놀랐다”고 말했다. 하프 부대변인의 언급은 일부 한국 언론이 셔먼 차관의 발언을 오도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비쳤다. 그는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 정책의 어떤 변화도 대표하지 않는다”고 두 차례에 걸쳐서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갈등 해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최근 워싱턴DC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오는 4월 말 미국 방문을 앞두고 친일 여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데니스 블레어 일본 사사카와(笹川) 평화재단 워싱턴 사무소 대표는 지난 1월 8일 “일본이 과거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지만, 한국도 베트남전쟁 당시 아주 무자비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 대표는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지일파’로 꼽힌다. 당시 그는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아시아 전쟁에 참여했던 어떤 나라도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급 전범 용의자 출신인 사사카와 료이치(笹川良一)가 설립한 사사카와 재단은 워싱턴 싱크탱크를 주무르는 ‘큰손’이다. 각종 일본 관련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주관·후원하면서 친일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로버트 샤피로 전 미국 상무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17일 유튜브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샤피로의 발언’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에서 “현재 한·일 갈등은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한국인 전쟁 희생자들에게 8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당시 박정희 정부가 위안부로 불리는 피해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며 “오래된 상처들이 치유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내부에서 지일파인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동아시아 정책의 실권을 쥐면서 친일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외무성은 올해 ‘전략적 대외 홍보’를 국가 3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증액한 520억 엔(약 4774억 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일본 로비에 힘입어 미국의 친일그룹인 ‘국화클럽’의 입김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