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法’ 일파만파>불리한 조항엔 스스로 면죄부 준 의원들

부정청탁 예외 규정 추가해
국회의원 ‘3자 청탁’ 가능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국회 통과 후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해충돌 방지’가 법안에서 제외되고, ‘부정청탁’ 예외규정에 정부안과 달리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 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은 의원들의 ‘자기 밥그룻 챙기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월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됐지만 금품수수·부정청탁 금지 부분만 처리되고 이해충돌 방지는 제외됐다. 김영란법 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복잡하고 가장 문제가 많은 이해충돌 부분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해충돌은 △공직자와 친족을 같은 업무에서 배제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활동 금지 △공직자와 직무 관련자 거래 제한 △공직자 가족 채용 제한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정무위 논의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금융위원장의 친족이 모 은행의 임원이라면 금융위원장은 은행 관련법 결재를 해서는 안 된다’거나 ‘KBS 보도국장의 형이 장관 인사청문회를 한다면 보도국장은 사임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 이 때문에 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공직자가 아닌 가족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해충돌 관련 규정으로 인해 누구보다 불편해질 사람들은 국회의원들 본인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정청탁에 있어서도 의원들은 ‘예외’규정을 스스로 추가했다. 부정청탁 예외규정이 정부안에서는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조례·규칙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돼 있었지만 정무위에서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로 바꿨다. 의원의 3자 청탁에 대해 스스로 면죄부를 준 셈이다. 국회 정무위는 이해충돌 방지 관련 법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