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대입 실패가 사회불만으로 ‘反美운동’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55) 씨가 시민단체 ‘우리마당’을 설립한 배경에는 잇따른 입시실패로 인한 사회 불만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9일 온라인 게시판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청년 시절 겪은 ‘입시실패’를 운동권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가 지난 2007년 10월 청와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뒤 김 씨 지인이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마당 김기종을 살려내라’라는 카페에는 김 씨가 분신 전 지인들에게 보낸 유서가 올려져 있다.

김 씨는 이 유서에서 “광주에서 성장하면서 부모님들 바람처럼 사회의 훌륭한 일꾼이 되고자 목표했던 서울대 법대, 그러나 입시 실패로 시작된 서울 생활에서 접하는 숱한 사회모순들은 저에게 많은 깨우침을 줬다”면서 “어떤 학습보다 입시 실패가 사회 모순 혁파의 뜨거운 실천 의지를 갖게 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입시 실패에 대한 자책감에 치를 떨며 대학생활과 함께 오기(?)로 꾸렸던 소위 네 번째 재수생활에서 만난 아우들과 함께 ‘바회’ 모임을 결성했다”면서 “모순을 토론하며 구렁텅이에 함몰되지 말고, 보다 나은 앞날을 설계하고 실천이 중요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자신의 조직한 첫 번째 모임 ‘바회’의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바회’는 김 씨가 1984년 설립한 ‘우리마당’의 전신으로, 지난 1982년 김 씨가 일부 입시 준비생들과 조직한 소모임이다.

김 씨는 지난 2012년 우리마당 블로그에도 “모두가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자양분이 되면서 대학가의 암울한 여건을 헤치고 나와 대학 연합의 매체별 소모임을 결성했다”면서 “만남이 자연스럽게 월 1회로 정례화되면서 광주(항쟁) 등 실제와 진상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모임이) 더욱 구체화됐다”고 적었다.

서울대를 목표로 1978년 첫 번째 입시에 뛰어든 김 씨는 1980년 삼수를 한 끝에 겨우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집안의 5대 종손으로 평소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는 입학 이후 재차 입시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달아 대학 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김 씨는 이후 입시학원 등에서 만난 지인들과 소모임을 결성해 본격적인 반미·민족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