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빌 게이츠 홀렸다… 43년 前 ‘12가지 경영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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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 쌤 앤 파커스

사전에서 ‘고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오랜 세월에 걸쳐 비평을 이겨내고 남아 널리 애독되는, 시대를 초월한 작품’으로 풀이돼 있다. 언론인이자 소설가 존 브룩스(1920~1993)가 1969년에 출간한 ‘경영의 모험(Buisiness Adventure)’은 책에겐 죽음과 동의어인 절판의 운명을 넘어 살아돌아온 고전이다. 출간 당시 비즈니스와 금융 부문의 뛰어난 저작으로 평가받았지만 1970년대 절판돼 그저 ‘전설적 고전’이라는 풍문만 전해졌던 책을 40여 년을 넘어 널리 애독되는 고전으로 되돌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다.

게이츠가 1991년 어느 날 워런 버핏에게 경영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버핏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추천했다. 버핏이 자신의 책을 빌려준 지 20여 년, 책 초판이 나온 지 40여 년 만인 2014년 여름, 게이츠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The Best Business Book I’ve Ever Read)’라는 제목으로 이 책 리뷰를 기고했다. 그는 책 재출간을 위해 팀을 꾸렸고, 저작권자인 브룩스의 아들을 찾아 2014년 책을 다시 살려냈다. 결과는? 출간과 함께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제목처럼 드라마틱한 모험이다.

독서가로 알려진 게이츠에게서 ‘최고의 경영서’라는 평가를 받은 책은 어떤 책일까. 40여 년 전에 나온 책,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영 분야 책이 여전히 유의미할까.

6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게이츠가 왜 고전이라는 평가를 붙여 이 시대 독자에게 권했는지 알 수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을 받은 브룩스의 글 12편을 묶은 책은 경영서라기 보다는 경영을 소재로한 풍속문화서에 가까운 느낌이다. 소설가이기도 했던 브룩스는 포드의 대실패, 제록스의 성공,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한 시골 기업가의 실패, 제너럴 일렉트릭의 가격 담합 등을 전하면서 인물들을 소설 주인공처럼 등장시키고, 엄청난 양의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축적한 정보를 재료로 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그려간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다. 이 같은 드라마틱한 구성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선한 가치에 대한 근본적 지향이다. 책은 경영서의 흔한 자세, 즉 성공의 기술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기업과 경영 모두를 인간의 문제로 본다. 성공을 향해 무모하게 도전하고 실패로 좌절하는 비즈니스 역사에서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고, 위기에 직면했을 때 눈앞의 이익에 몰두하지 않고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고 힘을 모으는 수많은 개인이라는 것이다. 경영과 가치 창출은 돈이나 성과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서 멋지게 실현된다는 이야기다.

인재와 기술을 보유한 포드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자동차 에드셀 역사를 다룬 ‘에드셀의 운명’도 1950년대 자동차 산업, 포드가의 역사, 당시 경제·사회 상황 등을 배경으로 펼쳐놓고 그 안에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로 풀어낸다. 물론 이 실패담엔 교훈이 있다. 포드사는 순간순간 과학적 방법보다 직감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은 1957년 9월 출시돼, 1959년 11월 3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안고 끝난 에드셀 역사를 추적해 교훈을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설이 된 사람들의 무모한 열정을 이야기한다. 게이츠가 ‘저널리즘 명예 전당에 올릴 글’로 평가한 ‘제록스 제록스 제록스’는 감동적이다. 1906년 로체스터에서 사업을 시작한 핼로이드 컴퍼니가, 무명 발명가의 아이디어를 붙잡고, 결국 복사기 제록스를 만들기까지의 성공 드라마를 그린다. 이 역시 포인트는 성공담 자체가 아니라 당시 제록스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고결한 이상이다. 이들의 고결한 이상이란 ‘인간 가치의 추구’였다.

성공과 실패, 월스트리트, 소득세, 내부 거래 등 책이 다룬 주제는 여전한 이슈다. 그래서 책 속 에피소드와 사례 분석은 전혀 낡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제의 현대성보다는 자본은 고도화되고, 그 속의 개인은 사라져 가는 시대에 브룩스가 들려주는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 하지만 그 속에 있었던 인간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