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갈등 리포트>“2㎞나” vs “2㎞밖에” … 이해 당사자간 ‘주관적 거리’ 큰 간극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8일 수원역 집회에 칠보산 화장장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길가에 내놓은 피켓과 현수막들. 이근평 기자

화성 화장장과 같은 장사시설을 둘러싼 갈등의 특징은 양측 이해당사자가 시설의 물리적 거리를 다르게 느낀다는 점이다. 화장장으로부터 반경 2㎞라는 거리를 서수원 지역주민들은 “2㎞밖에 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반면, 화성시 측은 “2㎞씩이나 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전문가들은 양측이 거리에 대한 주관적인 간극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월 화성 화장장의 갈등관리기구 조정인으로 위촉된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1일 “물리적 거리에 대해 서로의 입장만 강조하는 태도는 소모적인 논쟁만 양산한다”며 “이해당사자들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대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현재의 화장장 입지 자체를 두고 다투기보다 대안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태도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이 같은 갈등은 파행을 겪더라도 결국 소송 또는 한쪽의 일방적 포기로 언젠가 결론이 나기 마련”이라며 “양측에 상처뿐인 승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갈등 해결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빠른 시일 내에 대화 테이블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때 중재 역할은 양측이 자신의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맥락에서 3월 18일 출범한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장장 갈등관리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교수는 “갈등관리기구의 정식 명칭을 정하는 것부터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후에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등 명확한 공동 목표를 설정해 갈등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