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바뀌는 사회像… 사라지는 ‘전통적 아내’

여성 활발한 경제활동… 무자녀 많아지며 변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가장 A(43) 씨는 지난 1년간 부부갈등을 빚다 이혼을 결심했다. 생활비 수급이 늦어지자 A 씨에게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핀잔을 퍼붓던 아내가 급기야 외도까지 했던 것. 우연히 아내가 어린 남성과 팔짱을 끼고 가는 것을 목격한 A 씨는 “용서할 테니 다시 시작하자”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아내는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2년 전 10세 연하 여성과 재혼한 B(68) 씨는 최근 아내의 폭력성을 견디지 못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았다. 평소 아내로부터 괄시를 받았다는 그는 요즘 들어 아내의 난폭성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B 씨는 “전깃불을 끄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도 욕을 퍼붓고 물건을 집어 던진다”면서 “거리에서도 손찌검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돈 욕심이 강한 아내와 이혼 소송까지 가는 상황을 두려워하던 B 씨는 아내에게 접근금지 처분만이라도 내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아내의 외도와 폭력을 호소하며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찾은 남편이 4년 새 각각 87.6%, 185.7%가 늘어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 활동, 무자녀 가정의 증가 등 급격한 사회 변화가 전통적인 아내상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여성들의 경제 활동 비율이 높아지고 무자녀 혹은 1자녀 가정이 늘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참아야 하는 아내 또는 어머니상’의 인식도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임운택(사회학) 계명대 교수는 “정부 정책 대부분 여성 재취업, 출산율 장려 등에 쏠려 있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따른 가정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부부간 의식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내 외도나 폭력성을 걱정하는 남편의 증가폭이 크다고 해도, 여전히 남편의 폭력이나 바람 문제 탓에 신음하는 아내의 수가 많았다.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는 아내는 2010년 632명에서 2014년 893명으로 늘어 41% 증가했다. 또 남편의 폭력을 호소하는 아내 역시 같은 기간 1234명에서 1453명으로, 17.7%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