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찐개찐·식샤를…‘한글파괴 제목’이 표현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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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어를 사용한 TV프로그램 제목이 범람하고 있다.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도찐개찐’(왼쪽 사진)을 비롯해 5월 방송을 앞둔 드라마 ‘프로듀사’,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오른쪽) 등이 한글 문법을 무시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글 파괴’라는 지적과 ‘표현의 자유’라는 옹호 의견이 혼재하는 모양새다.

‘도찐개찐’의 올바른 표현은 ‘도긴개긴’이다. ‘프로듀사’ 역시 연극, 영화, 방송 등의 제작을 관리하는 책임지는 사람을 뜻한다면 ‘프로듀서(producer)’로 써야 옳다. 이 같은 제목을 고수하는 제작진도 나름의 이유를 댄다. ‘도찐개찐’은 대중이 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해 이질감을 덜었고, ‘프로듀사’는 프로듀서라는 단어에 직업을 뜻하는 ‘사(事)’ 혹은 검사, 의사와 같이 전문직 중 하나 임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이 같은 제목을 붙였다. ‘식샤를 합시다’의 경우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이 경기 해설 중 ‘식사’를 ‘식샤’로 발음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유행어를 차용한 제목이다. 이에 대해 김희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채널팀장은 “각 방송사에 대중적으로 노출이 잦은 제목을 지을 때는 표준어를 사용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 2012년 드라마 ‘차칸남자’를 준비하며 한글 파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국립국어원과 여러 한글 관련 단체들이 잘못된 제목 표기를 바로잡아달라며 권고문을 보내며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책임을 요구하자 결국 방송을 시작한 지 2회 만에 제목을 ‘착한남자’로 변경한 적이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KBS ‘1박2일’은 ‘복걸복’이라 널리 쓰이던 비표준어를 ‘복불복’으로 바로잡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한글 제목 표기에 대한 자정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문화콘텐츠의 제목이 포함하는 중의적 표현과 의미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BS 예능 ‘런닝맨’과 드라마 ‘마이더스’를 비롯해 영화 ‘말아톤’, ‘울 학교 ET’ 등은 잘못된 한글 표기로 제목을 지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명확한 기준 없이 표준어 사용만을 고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김 팀장은 “자체 모니터를 통한 수정 권고 외에도 민원이 접수되면 정식 심의를 통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