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비상>‘돈 가뭄’ 기업, 자산매각 - 유상증자 ‘봇물’

최근 경영난과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기업이 늘면서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유형자산의 처분 또는 타법인 및 출자증권 처분 등을 결정한 업체가 지난 14일까지 총 79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1개사) 대비 11.27%(8개사)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유상증자를 결정한 업체는 40곳에 달했다. 계속된 경기 불황의 여파로 재무 구조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들이 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일부 상장사들이 서둘러 자금수혈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매각 등 보유 자산을 처분해 자금 마련에 나선 업체도 같은 기간 동안 5곳을 기록했다. 지난 3월 도화엔지니어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557억 원 규모의 도화빌딩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산 총액 대비 16.7% 규모다. 이와 더불어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을 결정한 업체도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대거 유상증자와 자산 처분에 나선 배경은 갈수록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매출액 증가율이 5% 미만인 저성장 기업의 비중은 34.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9.5%로 25.1%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매출액 증가율이 20% 이상인 고성장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41.9%에서 16.5%로 25.4%포인트 하락했다.

또 지난해 상반기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7%를 기록해 2013년 상반기 5.1%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 5.2%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0.4%포인트 하락해 대기업은 4.7%, 중소기업은 3.9%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고수익 기업의 비중은 하락하고 저수익 기업 비중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