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없이 미래 없다>특별전형 늘려도… 회사 눈치보느라 고졸사원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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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기업에 다니는 이현희(26·가명) 씨는 특성화고교인 여상을 졸업하고 이 기업에 취직했다. 이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K대에 진학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씨는 학교에 가는 날이면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에서는 이 씨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부는 ‘일·학습병행’을 권장하고 있지만, 회사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2. 대기업 인사 담당자인 김도경(40·가명) 씨는 입사 후 대학에 진학한 고졸 사원들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 문제로 고민이다. 우선 대학을 진학한 고졸 사원들이 학교에 가는 날에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다. 여기에다 학교 과제물 등을 업무시간에 준비하는 경우도 많아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회사에서의 대우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업무 경력을 쌓을 경우 좀 더 대우가 좋은 다른 회사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도 있다.

◇ 회사는 못마땅한 ‘주경야독’= 정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직장을 먼저 가진 뒤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일·학습병행’ 정책을 확대해 가고 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3년 이상 산업체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재직자에 대해서는 대학입시 특별전형을 확대해 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아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회사는 ‘고졸 사원’으로 특정해 뽑은 직원이 대학을 다니는 것을 곱지 않게 본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의 대우 등 회사의 내부 문제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회사 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기획실 관계자는 “정부가 고졸 사원들의 후(後)진학을 권장하고 있지만, 회사로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무조건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후진학 사원들이 많을 경우 세제를 지원해 주거나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당근책이 나오지 않으면 현실이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재직자 특별전형 확대 = 교육부는 재직자 특별전형을 지난 2010학년도 대입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고 있다. 2010학년도 3개 대학 265명을 모집했으나 2012학년도 23개 대학 1027명, 2013학년도 70개 대학 4462명, 2014학년도 87개 대학 5093명, 2015학년도에는 88개 대학에서 6223명을 모집했다.

정원외 선발 비율이 2010학년도 전체 정원의 2%였으나 2015학년도부터는 5.5%로 확대했다. 재직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도록 대학의 문을 크게 넓힌 것이다. 재직자들의 대학 입학 문은 넓혔지만 특별전형의 충원율은 떨어지고 있다.

2010학년도에는 3개 대학 265명 모집에 183명이 입학해 69.1%의 충원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3학년도에는 70개 대학에서 4462명 모집에 1060명이 입학(충원율 23.8%)했고 2014학년도에는 5093명 모집에 1348명이 입학(충원율 26.5%)했다.

100명대이던 재직자 특별전형 입학자가 5년 만에 1000명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주경야독’을 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고졸 재직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 진학이 가능하도록 ‘일·학습병행’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제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뒤 대학을 가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