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강공에 주도권 뺏긴채 ‘오락가락’… 끌려다니는 집권여당

협상기구에 공무원단체 참여… 野요구 수용 개혁안 변질 불러

공무원연금법 처리 무산후엔 진실게임 공방속 내부분열만

영유아법·이완구 거취문제 등 협상력·전략 부재 ‘뒷북대처’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 불발로 나타난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난맥상’은 그간 수시로 나타난 ‘고질병’에 가깝다. 야당에 끌려가는 일이 다반사였고 청와대 눈치를 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사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떤 경우든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함과 무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가 무위에 그친 과정은 ‘무원칙’, ‘분열’, ‘책임감 실종’의 새누리당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7일 “협상 과정에 실무기구를 만들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를 넣을 때부터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연합 작전에 새누리당이 말려든 것”이라며 “유승민 원내대표가 너무 ‘나이브하게’(순진하게) 협상에 임한 것 같다”고 밝혔다. 협상의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단체가 직접 국회 차원의 논의에 끼어들면서 개혁안이 변질될 여지가 생겼다는 뜻이다. 5일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일부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협상력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야당과 협상을 가장 잘하는 것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본회의 전후 수시로 보인 새누리당 내 분열은 최대한 단일 대오를 유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과 대비된다. 계파와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중요한 최후 협상을 앞두고 ‘적전 분열(敵前 分裂)’은 당 지도부의 협상력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한 당직자는 “김태호 최고위원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직을 걸고 합의안을 무효화하겠다’고 한 것은 야당에 중요한 협상 카드 하나를 던져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뒤 당과 청와대 사이에 그간 논의 과정을 놓고 ‘진실 게임’ 양상의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야당으로서는 쾌재를 부를 상황이다. 당과 청와대가 개혁안 무산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 속에 집권여당의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난맥상은 그간 수차례 되풀이돼 왔다. 지난 1월 발생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의 여파 속에 여야 합의로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영유아보육법’이 제출됐지만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당연히 처리될 것을 예상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패착이었다. 일부 당직을 맡은 의원들도 반대표를 찍어 ‘야당 탓’할 명분도 없었다.

‘성완종 게이트’ 관련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거취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을 때 새누리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지나치게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의원은 당시 “‘긴급회의’라기에 당이 수세 국면에서 치고 나가는 것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는 김무성 대표·유 원내대표 체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완구 전 총리가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에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누리과정 예산의 반영과 관련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의 합의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가 뒤엎기도 했다. 당·정 간, 당내 불통의 대표적 사례다. 연말 정국을 강타했던 ‘연말정산 파동’에도 정부의 ‘엉터리 추계’를 아무 의심도 없이 수용하고, 야당 의원들의 정당한 지적에 무조건 ‘정부 감싸기’로만 일관했던 여당 의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